성정동 롯데마트 맞은편 골목길. 좁고 허름한 곳이지만 도경·최돈숙씨 부부에겐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들 부부가 운영하는 종이문화연구소 부설 ‘토탈공예방’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돈숙씨가 한지공예를 시작한 건 십수년 전. 5년 전부터는 남편 도경씨가 가세했다.
동갑내기에 같은 일을 하다보면 불화도 나건만 ‘금슬’이 좋아선지 매일 싱글벙글. 분위기가 좋아선지 어느덧 회원들도 하나 둘 늘고 있다. “여기 토탈공예방에서 한지공예를 하면 두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거고요, 또하나는 애기 못가진 분들에게 특효라는 점입니다.” 스트레스야 그렇다지만, 애기 얘기는 왜 나오나?
“그리 많지 않은 회원들 중에 주부 셋이 간절히 원하던 애기를 갖게 됐다는 건 신기한 일이에요.” 도경씨는 토탈공예방의 미스터리란다.
서울에서 활동했던 이들 부부가 천안에 내려온 건 5년 전. 성정동 롯데마트 4층에 매장을 얻고, 이곳에 공방을 두면서 천안사람으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낯선 지역에서 적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게 됐다.
“4년 전에 천안시민회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는데, 아무리 홍보가 없었어도 (사람들이)그리 없을까요. 눈물이 나데요.”
‘우리가 알려지지 않아서겠지.’ 이심전심. 부부가 힘을 내고 사람 사귀기에 시간을 보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먼저 찾아가 인사도 나눠보고 살갑게 대하기도 했다. 그래도 ‘외롭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로 얼굴 한 켠에 그늘이 졌다.
지난 6월16일, 천안에 내려온 지 만 5년이 되는 날을 기념해 ‘천안고색 한지공예창립전’을 가졌다. 이들 부부의 작품과 함께 회원 10명의 작품을 내걸었다. 부부의 열성과 온화함을 꼭 빼닮은 회원들은 몇 달씩 작품에 매달려 수준높은 전시회를 일궜다.
열심히, 색다르게 해보자는 열의로 인해 작품의 80% 이상이 창작품. 기존 작품을 모방하는 것보다 몇곱절 힘든 작업에 모두들 기진맥진.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자신들의 작품을 얻기 위해 고단함을 무릅쓴 회원들에게 전시회는 성공적으로 보답했다.
“예전 전시회와 비교하면 참 많은 분들이 보고 가셨어요. 처음 천안에서의 전시회에 실망하고 ‘첫술에 배부를까’ 하며 위로했던 때와 견주어 괄목상대한 발전이었죠. 천안사람으로, 앞으로는 향토적인 작품, 천안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일까 해요. 그러려면 천안을 많이 연구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