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만명이 사는 도시에 소극장 하나 없다?
아이러니다. 변변히 소극장 하나 운영되지 않는 곳에 ‘문화예술’을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다행히 소극장답지 않은 ‘소극장(대학로예술극장)’이 근근히 6년을 버텨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로예술극장의 류중열(61) 대표. 예전에는 아동극 수입과 대관비용으로 생활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2년은 신종플루로 딱 그쳤다. 그러던 것이 요즘 ‘살 맛’ 나는 기회가 찾아왔다.
건축업 일을 하는 이가 소극장일에 관심을 보이며 류 대표와 손을 잡은 것이다. 그가 할 일은 낡아빠진 소극장과 주변을 깨끗이 단장하고 보수하는 일.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것이다.
“소극장 자체는 공연하기가 참 괜찮아요. 다만 건물이 노후화돼 지저분하고 전체적으로 어두웠죠. 조금만 손 보면 되는 일인데도, 금전적 여유가 없었죠. 이번을 계기로 확 달라질 겁니다.” 류 대표의 마음도 한결 밝아진 상태다.
또하나, 건물주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재건축이 불발됐다. 몇 년을 재건축에 힘써오던 건물주가 여러 사정으로 포기한 것이다. 저렴한 임대비를 받으며, “재건축이 추진되면 언제든 내달라”는 약조가 덧붙여져 있었다.
소극장의 운영 활성화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있는 문화예술인들도 있다. 재건축 문제로 관심만 보였던 그들이 이제는 실제적인 협의를 통해 소극장 활성화가 가능하게 됐다.
당장 비어있는 3층 이상 공간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한 건물에 함께 하게 되면 소극장은 공동사용하기가 쉽다. 한달에 한번 공연하기가 빠듯한 소극장이 여건만 되면 공연과 공연대관으로 채울 수 있는 것. 리모델링에 힘이 가는 이유다.
“오는 6월25일로 개관 6주년을 맞습니다. 이번 6주년이 대학로예술극장이 새롭게 태어나는 원년이 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아이템을 갖고 협의되길 바랍니다.”
류 대표는 개관6주년을 맞이해 뮤지컬 ‘백범 김구’를 올릴 예정이다. 백범 김구는 상해임시정부수립 100주년과 백범 서거 60주년이 되는 2009년 만든 작품이다.
개관 기념공연은 7월2일 4시30분과 7시30분 두차례 대학로예술극장에 올린다. 이날 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7월25일 ‘관객의 날’에 다시한번 올릴 예정이다. 이때는 24세 미만에게 1000원의 관람비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