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마련한 ‘쓴소리, 생생토론’ 현장. 진지한 분위기와는 달리 토론이 아닌 경청의 한계점을 노출했다.
자유선진당이 충청민심을 듣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당 쇄신론 차원의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 자유선진당 내에 ‘쇄신 및 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권선택)’를 구성, 이들의 주관 하에 ‘제2차 쓴소리 생생토론’을 가졌다.
지난 16일(목) 오전 10시30분 호서대 천안캠퍼스 국제회의실 3층에는 관계자와 패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쓴소리 청취’를 위해 권선택 위원장과 최고위원들이 귀를 열어놓고 있었다. 쓴소리 생생토론을 가져야만 하는 절박함은 최고위원들의 인사말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황인자 최고위원은 “안으로는 쇄신이, 밖으로는 충청권대통합의 과제를 안고있다. 오늘 쓴소리 달게 받고, 다음엔 변화된 모습으로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권선택(원내대표) 위원장도 “오늘은 듣는 자리다. 자유선진당을 위해 쓴소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 쇄신을 위한 자리라면서도 일부 최고위원들은 은근슬쩍 현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낙성 최고위원은 “선진당처럼 충청권에 기반을 두지 않은 타 정당 정치인(국회의원)들은 결국 중앙결정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했고, 이흥주 최고위원은 “이 나라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선진당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어떤 얘기들 오갔을까
권선택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함께 한 자리였지만 ‘쓴소리 생생토론’은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 생생토론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8명의 민심을 청취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8명 중엔 선진당 사람들도 끼여있고, 일부는 취지에 맞지 않는 일반적 바람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다. ‘당의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알리는 이벤트성 토론회였다.
8명의 패널들이 한마디씩 하고 끝난 토론회. 어떤 쓴소리가 나왔을까.
김영경 전 주택관리사협회 충남도회 회장은 “선진당 내 보좌관 등 직원이 바뀔때는 소통도 단절된다”며 인수인계시 문자라도 보내주길 바랐다. 김상준 금강일보 기자는 누군가가 자유선진당의 쇄신을 바라며 보내온 기고문을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요점은 참신한 인재기용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자유선진당에 3가지를 주문했다. 정체성을 확립할 것, 여성의 정치참여 지원, SMS 등으로 지역아젠다 발굴·연구에 힘써줄 것 등이다.
당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성희 전 고덕중학교 교장은 자유선진당이 부족한 건 ‘포용성’과 ‘개방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번 도지사 선거의 실패가 기획력과 준비성 부족에 있었다며, 내년 총선을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을 요구했다.
대학생도 패널로 참석했다. 이언아 선문대(경영학과 4년) 학생은 “그런 정당이 있었느냐, 충남을 위한 정당이 맞냐, 진정성이 있냐는 것이 선진당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었다”고 말하며 충남도내 학생들을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실행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은솔 선문대(관광경영학과 2년) 학생은 ‘자유선진당에 개혁이나 혁신이 과연 있느냐’며 포퓰리즘에 연연하기 보단 바른소리를 내줄 것을 주문했다.
한 예로 “반값등록금의 해답은 등록금을 깎는 게 문제가 아니라 대학구조조정에 있다”며 “학생은 줄어드는데 사립대학교는 많다 보니 대학운영자금을 위해 등록금을 올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덧붙여 “대학에 놀러오는 학생들도 많다. 굳이 대학을 안나와도 되는 고졸역량프로그램이나 블루칼라가 무시받지 않은 사회조성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연경 한빛회 사무국장은 지체장애1급인 자신이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느껴야 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선진당이 공감하고 관심가져주길 희망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주일원(자유선진당) 천안시의원은 ‘정책제시’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민주당은 친환경무상급식이다 대학교 반값등록금이다 하며 이슈화하고 있는데 반해 선진당은 대형이슈가 없어 소외돼 있다”며 실업, 사교육비, 고령화, 저출산, 물가 등 정책개발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활동연령의 노쇠성, 교섭단체가 되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자금난, 사전정지작업이 필요한 공천문제 등을 언급했다.
방청객 질의에선 박중현 전 천안국회의원 후보가 유일하게 나섰다. 그는 “총선이 바로 내년 4월11일로, 지금 상태로는 백전백패한다. 선진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 바꿔야 한다”며 현재 선진당 기득권의 50% 이상이 포기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그밥에 그나물’이라 하지만 심대평, 이인제에 이완구 전지사까지 포용하고 과감한 개혁마인드를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급적 말을 아낀 권선택 위원장은 “오늘 쓴소리를 받아들여,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생생토론을 끝마쳤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