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내를 빠져나가면서 도심지의 노폐물을 차창 밖으로 내던진다.
북면 연춘리에서 90도 좌회전하면 북면 하천길. 상쾌한 바람이 아직 2% 덜 깬 정신을 확 깨운다.
수 킬로미터를 올라 인적이 뜸해져서야 보이는 작업실은 문패도 없다. 커피 한 잔에 마음과 몸도 차분해지면 하루종일 즐거운 작업을 시작한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생명을 창조하는 일, 설레임과 기대감을 그 무엇에 비견할까. 고영환(53·현대조각가) 작가의 하루는 일상적으로 그렇게 시작된다.
기존의 건물을 활용한 그의 작업장은 낡았으면서도 운치 있다. “소 키우던 축사를 작업실로 바꿨다”는 말을 듣고서야 ‘아! 그렇구나’ 한다. 소 여물통이며, 기둥이며, 반듯반듯 하지 않은 공간이며‥ 제대로 재활용 됐구나 싶다.
현재 작업실은 그에게 천생연분. “지난번에 있던 목천 신계리 작업장은 가기 싫었지만, 여기는 틈만 나면 오고 싶다”며 잘도 맞는 궁합을 자랑한다.
작업중에 있는 폐기물 작품
그의 요즘은 매일같이 작업에 열중이다. 오는 17일(금)부터 한달간 지산갤러리(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내·두정동 소재)에 개인전시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시공간이 크지 않아 10점 안팎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시특징이라면 폐기물을 활용한 조각품과 ‘피어나다’는 의미의 블루밍을 선보일 겁니다.”
블루밍은 활짝 피어난 꽃을 연상시키는 형상, 그러나 폐기물을 재료로 한 작품이 가능할까 의심스럽다.
“저쪽에 있는 것이 이번에 내놓을 작품중 하난데요, 폐기물로 만든 거라고 말하기 전에는 잘 몰라봅니다.” 버려진 시멘트콘크리트 덩어리가 멋진 조각품으로 변신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그가 작가로서의 강점을 보이는 것은 ‘다양성’과 ‘아이템’ 부문. 지난 1986년 독립기념관의 문화체험관 운영자 전국공모에 ‘떡’ 하니 뽑혔다.
그는 ‘장원급제’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20년을 채운 후, 독립기념관을 나왔다. 긴 세월동안 체험관의 특성상 다양한 재료와 소재로, 또한 다양한 아이템으로 수만가지 작품을 만들어 냈다. 한가지 재료로 한 분야에서만 승부하는 예술가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던 것.
그의 조각작품은 천안 내 원성동성당 십자가상, 성거산성지 야외조각, 이안아파트 야외조각, 마틴공원 야외추모탑을 비롯해 부산지하철 분수대 조각, 백제역사문화재현단지 금강역사, 이존창 생가 야외조각 14처 등 전국에 걸쳐 있다.
“한달동안 열리는 전시회니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지산갤러리를 들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