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역의 문화원은 모두 3곳. 가장 윗자리를 차지했던 천안문화원은 내부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파국을 맞았다. 천안시는 영구임대해 줬던 문화원 건물을 환수조치했고, 그들은 ‘천안문화원’이란 간판만을 들고 떠나갔다. 천안을 대표했던 문화원이 동호회 개념도 못되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천안 아우내문화원이 최근 '천안시 동남구문화원'으로 개칭했다.
천안문화원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4월 아우내문화원(원장 김준기)이 ‘동남구문화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1958년 백전문화원으로 시작, 천안시 시·군 통합에 따라 1995년 아우내문화원으로 변경했지만 15년만에 세 번째 이름을 단 것이다. 아우내문화원은 그동안 동남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당해 왔다.
이사회 결의에서 개칭명분은 ‘지역 대표성’이었다. 동남구는 동부 6개읍면과 남부 2개면을 포함하고 있지만, 아우내는 병천(竝川)의 순우리말로 병천 소재지의 한 부분을 나타내고 있다. 천안문화원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아우내문화원은 천안시 2개의 일반구중 하나인 ‘동남구’를 따 담당지역의 일관성을 맞추려는 의도다.
이에 북부 4개읍면을 담당했던 성환문화원(원장 송용삼)도 개칭작업에 착수했다. 어느 정도 진전된 상황에서 오는 7월 임시총회에서 ‘서북구문화원’으로 바꿀 예정이다.
전국의 자치단체가 대부분 한 개의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천안시는 특수한 상황에서 지금껏 3개의 문화원을 유지해 왔다. 한때 천안문화원으로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존속해야 한다는 반발의견도 있어 그대로 둬왔다. 이제 천안문화원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들 두 문화원은 자연스럽게 천안시 일반구청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관리구역도 양분하는 것을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천안시도 천안문화원이 담당했던 사업들을 이들에게 맡겨나갈 생각이다. 동남구는 동남구문화원이, 서북구는 서북구문화원이 감당해나가면 될 일이다. 천안시의 문화·역사와 관련한 사업들을 위탁운영할 수 있도록 해 천안문화원의 역할을 나눠 맡긴다는 방침인 것. 천안문화원의 멈춘 기능이 이들 두 문화원을 통해 다시 재생될 전망이다.
‘서북구’가 안맞는 성환문화원?
명칭변경과 관련해서는 ‘모호함’이 발생할 듯하다. 대부분 읍면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동남구는 동남구문화원이 어울리나, 머지않아 ‘분구’를 앞두고 있는 서북구는 명칭의 혼선이 불가피하다.
인구의 계속적인 증가로 60만명을 코앞에 두고 있다. 60만을 넘어서면 분구 조건이 충족되며, 이에 따라 서북구가 또다시 나눠져야 할 형편이다. 1963년 설립된 성환문화원은 그동안 북부 4개읍면을 담당해왔다.
송용삼 성환문화원장은 7월 명칭 개칭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서북구문화원이지만 실상 우리가 맡을 곳은 북부지역이며 두정동 하나 정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서북구 전체를 감당하지만, ‘천안문화원’의 법인등록이 살아있기에 담당권역을 서북구 시내 외지역으로 한정시키는 선에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차후 분구가 이뤄지고, 천안문화원의 기능이 회복되면 천안문화원이 시내권의 신설분구를 맡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천안문화원’의 회복을 점치기로는 어려움이 있다. 수년동안 지역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정능력을 상실해 결국 파국을 맞은 전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는 별개로 분구에 의해 ‘서북구’라는 명칭은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 불려지기가 쉽다. 방위표시인 서북구에서 서쪽은 시내권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여러 혼선으로 인해 ‘서북구문화원’이 몇 년 사이 개칭될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송 원장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으며, 천안시 관계자도 “문화원 명칭을 자주 바꾼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같은 상황을 고려해 분구에 상관없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명칭으로 바꿔지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성환문화원이 조만간 어떤 이름을 달고 갈 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