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닢으로 방 안 가득 채울 수 있을까? ‘한 닢’은 막걸리 한 잔 또는 값싼 과자 하나를 살 수 있을 뿐이다. 풍선을 산다 해도 서너개, 생수를 사도 한 바가지가 고작. 그러나 ‘초’를 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에 불을 켜면 방 안 가득 환히 채워질 테니까….
생김새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착한 음악가’가 천안을 찾는다. 정확히는 충남 순회일정에 천안공연이 끼인 것. 5월20일부터 당진, 예산, 논산, 서천, 청양을 거쳐 6월17일(금) 천안을 방문한다. 이들이 서는 무대는 6월 ‘천원의 콘서트’. 단돈 1000원이면 착한 음악가들의 솜씨 좋은 음악을 감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을 굳이 착한 음악가로 부르는 것은 공연이 ‘기부음악회’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기부음악회의 수익금은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악기기부은행사업에 지정기탁한다.
김병완(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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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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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민(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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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영(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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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정(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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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녕(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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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7시30분 천안시청 봉서홀에 출연할 착한 음악가들은 ‘M4One 뮤직앙상블(예술감독 정명화)’로 임미정(음악감독·피아노), 박효민(피아노), 유지녕(피아노), 윤수영(바이올린), 김병완(비올라), 김호정(첼로), 서민수(콘트라베이스) 등이다.
음악감독이자 피아노연주자인 임미정은 일찍이 국내 동아콩쿨 1위를 비롯해, 1997년 미국 텍사스의 산 안토니오 국제피아노콩쿨에서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했다. 아메리칸 심포니와의 협연 등을 통해 강렬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가진 연주자로 부상, 국제무대를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피아노연주자인 박효민은 서울예고 2학년 재학 중 독일 유학을 떠나 바로 그해 베를린에 있는 세계적인 음악대학 ‘한스 아이슬러’와 ‘베를린종합예술대학교’에 나란히 합격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는 독일에서 유럽 정통음악은 물론 프랑스 음악세계를 접했다. 졸업을 위한 1·2차 연주에서는 심사위원 전 교수들의 극찬을 받으며 최고점수로 졸업했다.
피아니스트 유지녕은 보스톤 콘서바토리에서 연주석사를 실기수석으로 졸업했고, 오스트리아 모짜르테움 음악연수와 다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했다. 그의 연주에 대해 뉴질랜드 프레스지로부터 ‘섬세한 테크닉과 정열적인 감성의 조화를 가진 훌륭한 연주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윤수영은 국내외 주요콩쿨 입상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최고연주자상 등을 수상하며 재능을 나타냈다. 이후 미국, 유럽 등지에서 솔로와 실내악 등 다수 연주를 거쳐 홍콩 필하모닉과 KBS교향악단, 대전시립교향악단 등의 악장을 역임했다.
비올리스트 김병완 또한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을 졸업, 독일에서 가진 독주회를 통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현재 단국대, 경남대, 계원예고 등에 출강하고 있으며, 국내외 왕성한 활동으로 음악적 자질을 넓히고 있다.
첼리스트 김호정은 오스트리아 짤쯔부르크 국립음악대학교 음악석사학위를 최우수 졸업했으며, 귀국 후 연간 40여회 다양한 연주회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천시향, 한국일보, 서울예고실내악, 동아일보 등 각종 콩쿨에서 1등에 입상,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고 유학시절에도 쾰른호넨콩쿨 3위, 제네바 국제콩쿨 세미파이날에 입상해 국제적으로 전문연주자의 자질을 음악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서민수는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을 최우수 졸업하고 독일·체코 순회연주를 갖기도 했다. 경기도립 객원부수석을 역임하고 현재는 다바스앙상블단원, 카메라타안티콰단원, 한세대 총신대 출강 등을 하고 있다.
<김학수 기자>
악기기부로 ‘사랑나눠요’
소외지역·소외계층에 악기 제공
이번 착한 음악가들과 함께 하는 기부음악회는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한국문예회관연합회 대전·충청지회,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5월21일부터 7월16일까지 충남도내 8개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하며, 연주수익금은 다시 악기교육으로 충남도내에 환원하게 된다.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지역과 형편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악기기부은행’을 설립·운영중에 있다. 공공기금에만 의존하기보다 공연과 교육, 그리고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빈부격차 상관없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새롱누 교육모델이 ‘악기기부은행’이다. 지원센터는 이를 통해 소외지역과 소외계층에 사랑의 악기보내주기운동과 예술강사파견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기부음악회는 악기기부은행의 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한편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2009년부터 악기기부은행사업으로 악기를 보급하고, 예술강사와 연계한 교육사업을 펼쳐왔다. 2009년과 2010년 예술강사지원에만 4000만원을 투입한 바 있다.
‘잠자는 악기를 기부해 주세요.’
악기기부은행이라 해서 현금이나 새 악기를 받는 것만이 아니다. 집안 곳곳에 기타나 바이올린 등 먼지가 쌓인 채로 쓰지 않는 악기들을 기부받는다. 버려져 있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쓰여지는 것, 그것이 ‘아나바다’ 운동이기도 하다.
교육지원센터 김선영 팀장은 “아직 소규모이긴 하지만 가정에서 쓰던 악기, 또는 악기상에서도 기부가 들어오고 있다. 그간 악기교육은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같은 공적 시스템 운영으로 하드웨어가 공급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하고 음악을 즐길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의: 041)592-2279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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