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국악사 운영을 통해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천안에서 풍물굿으로 잔뼈가 굵은 이명숙(43)씨. 여성으로서 천안에 그보다 잘 치는 ‘풍물꾼’은 없을 듯. 어릴적부터 풍물에 눈을 뜬 이씨에게 천안이란 공간은 좁기만 하다. 천안에서 풍물굿으로 제일 큰 민간풍물단체 ‘민족굿패 얼(대표 곽상용)’에서 오랜 세월을 총무로 활동하다 보니 웬만한 행사와 교육은 쉽게 해낼 수 있는 베테랑이 돼버렸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1인다역’을 맡으며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 이씨. 회원교육과 백석동 주민자치센터 풍물반, 순천향대 사물놀이교과과목 강사로 이리저리 바빠하던 그가 최근에는 동남구청 도로 건너편에 ‘명인국악사’를 차렸다. 느닷없이 장사치로 분한 그. 하지만 악기사 운영은 오랫동안 마음에 둔 생각이고, ‘천안 풍물문화의 저변확대와 발전’이라는 거창한 꿈도 더불어 꿔왔던 소망이었다.
민간풍물단체인 ‘민족굿패 얼’에서 총무를 맡다 보니 회원들의 교육부터 악기구입까지 도움주던 이씨. 어느새 ‘좋은 악기’를 찾아 전국을 누비다 보니 저럼하면서도 좋은 소리가 나는 악기 찾기가 참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차라리 내가 해볼까’. 고민에 빠졌던 그가 결국 60평 공간에 무용소품을 포함, 180여종을 판매하는 악기사를 차렸다. 천안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악기를 갖춘 것이다.
‘이명숙악기사’를 내걸 만도 하지만 그는 ‘명인’이란 이름을 택했다. “이름에 걸맞는 악기사, 그리고 명인의 마음으로 와서 명인의 마음으로 사용하길 바라는 뜻”이란다.
그가 파는 악기는 남다르다. 오랫동안 풍물을 해오다 보니 소리를 듣고 읽는 수준. 소리에 자신하다 보니 전국을 뒤져가며 좋은 악기, 좋은 소리를 찾았다. “소리가 안 맞는게 너무 많아요. 같은 악기라도 제작기술과 사용한 재료 등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이에요. 재료는 어쩔 수 없다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소리를 좋게 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찾아다니길 수백·수천번. 그러면서 어느 지역의 어떤 사람이 솜씨가 좋은지, 어디것이 재료가 좋은지를 알게 됐다. 일례로 장구의 경우 피(겉가죽)는 대전에서, 통은 옥천에서 구입하며, 대금은 대나무가 많이 나는 전라도 군산까지 뒤졌다.
악기는 ‘좋은 소리’가 생명이니 그만큼 고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악기가 제 소리를 내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다 보니 이씨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소리를 잡는 방법을 택했다. 일부 악기에 대해서는 좋은 부품만을 따로 구입해 직접 줄을 맞추고 꿰는 등 가장 좋은 소리로 조립해 판매대에 올려놓는다.
국악기 구입에 마땅찮은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가는 모습이 싫었다는 그. 천안에도 ‘괜찮은 국악사’ 한 개쯤은 있기를 소망했던 그. 그것이 직접 운영자로 나서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헌 악기는 부품을 갈아주고, 잠깐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대여도 합니다. 가야금은 연습용을 쓴 후 자기 것을 사는 것이 좋죠. 서너달 잠깐 쓰는 연습용을 사기는 그렇잖아요.”
그는 명인을 ‘단순히 판매하는 곳’이 아님을 강조한다.
“국악의 모든 것을 놓고 ‘다리’역할을 하는 명인(국악사)이 되고 싶습니다. 국악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상담해 주고, 악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겐 그에 맞는 좋은 곳을 소개시켜 주기도 하는 등 정보의 창구가 되어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자 합니다.”
도심 한복판에 거대규모의 국악기 매장을 연 이씨.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몇천원짜리 악기도 제 소리를 내는 것들로 구비해 놓고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 017-420-9002>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