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안시어린이전도협회 총무일을 맡았던 문만주(59) 전도사. 하지만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자원봉사자’라 부른다. 관내 육아시설 익선원과 알코올중독쉼터에서 오랫동안 봉사해온 그. 돈 한푼 받지 않는 그는 ‘집사’처럼 온갖 궂은 일을 즐겁게 맡을 뿐만 아니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재주를 갖고 있다.
푸드뱅크 차량을 운전하며 학교급식이나 제과점, 대형마트 등에서 남은 잉여식품을 관내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일도 소명처럼 해왔다.
“돈 버는 일에 부지런함을 떨었으면 벌써 부자가 돼있을 거예요.”
사람들은 그의 뒷전에서 ‘대단한 분’, 또는 ‘시대의 아웃사이더’라며 쑤근거렸다. 평생을 돈 안되는 봉사에만 전념해온 그에게 가족사는 두 번째였다. 그럼에도 자녀들은 훌륭히 자라 자기 앞가림을 하는 나이가 됐다. 이제 걸릴 것도 없는 그. 남은 인생도 ‘봉사자’로 사는 삶을 택할 것임은 당연하다.
“제가 사는 방식은 ‘재능기부’입니다. 여태껏 그리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어느날 ‘다큐멘터리 작가’로 불러달라며 눈 앞에 나타났다. 손에는 작은 캠코더 하나가 들려있었다.
천안 관내로 한정시킨 그의 다큐멘터리는 ‘귀한 것들’에 대한 영상기록물을 담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어요. 전통도, 문화도, 우리 삶의 익숙한 것들조차 늙고 달고 시대가 변하면서 없어지네요. 동네극장도 사라졌고, 이발소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명절풍습도, 재래시장도…, 옛 전통마을이 택지개발 등으로 송두리째 사라집니다.”
마침 캠코더 하나만 있으면 다큐멘터리를 찍고 영상기록물로 보존할 수 있다는데 착안, 그는 스스로 ‘다큐멘터리 작가’로 이름붙이고, 활동을 시작했다. 벌써 ‘천안인물전’이란 주제물에는 몇몇 지역인물이 찍혔다. “아무나 찍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지역사회가 인정하는 기여도가 있어야 합니다.”
‘왕자산’ 등 지역의 역사고증문제를 비롯해 각 전통마을과 설화`민담들, 유물유적, 옛 고택, 풍습…, 거기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안문제와 그에 대한 세미나(또는 토론회) 등 그의 관심사항은 모든 부문에 걸쳐있다.
“혹 그런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 남기고 싶다면 언제든 연락을 주세요. 극히 개인적이고 상업적인 것만 빼놓고, 지역사회에 의미를 던져주는 것이라면 아무리 작은 거라도 달려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