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씨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고주몽(드라마)의 ‘송일국’이 말야, 내가 (활쏘기)가르쳤거든. 근데 방송에선 세발씩 쏘는 거야. 그렇게 쏘는 건 없거든. 그래도 남들은 다 엉터린데, 송은 제대로 배웠지.” 현재 충남대표 5명(원래는 7명) 중 한명(연기군 출신)이 웃자고 말한다.
천안 선문대 정문도로 맞은편에 자리잡은 천궁정. 백석동 시립묘지 일대의 개발로 한달 전 임시방편으로 만들어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일(수) 오후 4시경, 쟁쟁한 고수 대여섯명이 모여 활쏘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중에는 지난 16일 충남 역사에 처음으로 ‘국궁9단’의 최고반열에 오른 인물도 있었다. 윤일현(48)씨가 그 주인공으로, 바로 천안출신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가 활을 잡은 것은 2003년. 2009년 8단에 오른 후 6번째 도전 끝에 이룬 쾌거다.
참고로 국궁은 145미터 과녁이 하나 있으며, 승단에는 모두 45개로 몇발을 맞췄느냐는 것으로 가름한다. 1단은 25개, 2단은 28개를 맞춰야 하며 윤 사범은 마지막 9단이 되기 위해 39개를 맞춰야 했다.
그가 9단이 된 16일 시험장인 공주 관풍정에서는 650명 정도가 시험에 응시해 10% 정도가 승단에 합격했고, 9단에 도전한 30여명 중에는 일현씨만이 영예를 안았다.
“참, 대단한 일이다. 충남 국궁의 자랑이다.” 90년대 초부터 8단에 올라있는 이가 일현씨를 침이 마르게 자랑한다. 일년에 서너번 승단시험을 볼 수 있지만 승단하기란 쉽지 않은 과정. 현재 충남에서만 국궁인이 수천명 되고,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천안도 200명 정도가 된다. 그래도 충남 국궁역사에 ‘9단’은 없었다.
“제 자랑 같지만, 사람들이 선천적이라고들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게으르고, 그래서 연습도 많이 못했어요. 아마 ‘운칠기삼’이라는 게 저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그의 직책은 여러 가지다. 초짜인 동호회원을 가르치는 ‘천궁정 사범’이며, 도전체전이 열리는 즈음엔 ‘천안대표선수’로도 활약한다.
그가 바라는게 있다면 “천안에도 멋진 국궁장이 마련되고, 내노라 하는 전국대회를 여는 것”이란다. 열악한 지역환경에서 도민체전 1위(2010년)를 할 수 있는 저력은 천안국궁인들의 열성 덕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수들의 시위는 명중률이 높아 긴장과 재미를 준다.
힘보다는 요령, 여성고수도 있다.
천안엔 3곳의 국궁장 활동
국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145미터에 두 사람 서있는 크기의 과녁 한가지가 전부인 국궁은 활과 화살의 질에 따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집중력이 향상되며, 화살을 잡아당기는데 온몸의 근육이 쓰이므로 상체뿐 아니라 하체 등 신체 발달과 균형에 골고루 미친다.
145m 과녁 한가지로 통일돼 있는 국궁.
천궁정을 예로 들면 입회비(20만원)에 활과 화살(30만원)이면 초기비용으로 충분. 이후 월회비(3만원)만 내면 언제든, 어느 시간(24시)이든 즐길 수 있다. 천궁정은 현재 회원이 40여명(입회원은 80명)이다. 천궁정은 개인소유가 아닌 동호회 것으로, 함께 운영하고 만들어나간다.
천안시 관내로 살펴보면 목천 ‘천안정’이 30여년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회원수는 80여명. 다음으로 천궁정이 10년 역사를 가졌으며, 성거 ‘거봉정’이 2년의 짧은 역사에 3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참고로 아산시는 ‘충무정’을 비롯해 5개를 갖고 있고, 인근 연기군도 6개의 활터를 갖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태어나고 자란 현충사에서는 매년 4월28일 이순신탄신일에 국궁대회를 여는데, 전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며 ‘대통령배’로도 유일하다.
활은 20만원 가량 나간다. 활 하나를 만드는 데는 물소뿔과 대나무, 소심줄에 고기민어로 풀을 써서 붙이고 나무껍질로 겉을 감샀다. 가운데는 뽕나무(요즘은 참나무), 양 옆은 산뽕나무(지금은 아카시아 나무) 등 무려 7가지 재료가 쓰인다. 그에 비해 개량활은 ‘카본’을 사용한다.
화살도 전통화살과 개량화살로 나뉜다. 비교적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 개량화살은 저단(4단 이하)에서 사용하고, 고수는 전통화살로만 승부한다.
천안국궁인들의 바람이 있다면 천안에서 전통을 잇는 ‘전국대회’를 치루는 것이다. 대체로 나라를 빛낸 장군들이 태어난 지역은 전국국궁대회도 열고 국궁인들도 활기차다.
아산시의 이순신장군도 그렇고, 홍성의 최영장군, 진천의 김유신장군 등. 그렇게 보면 천안도 ‘김시민장군배’를 둠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