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의 천안~청주공항간 노선갈등이 첨예의 관심사다.
당초 ‘놓여져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천안~청주공항간 노선은 이제 조치원을 경유할 것이냐 말거냐를 놓고 이해관계가 얽혀버렸다.
천안시와 연기군은 전철노선을 통한 지역발전과 지역민 편익에 기대를 갖고 자기지역을 거쳐가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고, 이를 눈치보는 충남도와 국토해양부는 당사자간에 단일안으로 협의안을 내달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인상이다. 당초 천안~청주공항간 전철사업 필요성을 주장하며 ‘구애’했던 상황이 지금은 국토해양부에 ‘내 지역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압력을 가하며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토해양부측에선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줬더니 배고파 잡아먹겠다는 식으로 해설할 수 있지만 지역발전이 담보된 상황에서 자기지역 관철은 무엇보다 큰 지역현안이 돼버렸다.
‘직선노선만이 동남구 개발의 초석이 되고, 그를 통해 지역발전을 일궈내자’는 동남구민의 간절한 바람이 곳곳에 걸려있는 플래카드에 그대로 담겨있는 듯하다.
정부기준 없이 지역자대만 팽배
천안~청주공항간 노선은 천안이 ‘직선노선’이 좋다는데 반해 연기군은 ‘우회노선’을 원하고 있다.
지역입장에선 당연한 기대며 바람이다. 직선노선(천안~병천~오창~청주공항)은 천안의 지역개발을 탄력적으로 만들뿐 아니라, 이용객인 천안시민들은 1초라도 빨리 청주공항이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천안시 직선노선 추진현황>
2007년 10월26일/ 이명박 대통령후보 대선공약 채택 건의
2008년~2011년/ 이명박대통령, 인수위, 국토해양부, 충남도 등 수십회 건의
2008년 12월31일/ 사전조사용역 완료(철도시설공단)
2009년 11월4일/ 천안-청주공항 전철 타당성조사 완료(천안시)
2010년 11월26일/ 정종환 장관과 충청권 민주당국회의원 간담회
-먼저 국가계획 반영, 뒤 예비타당성조사 후 최적노선 결정
2011년 3월7일/ 직선노선 예비타당성조사 요청(기획재정부, 국토부)
만약 천안시민들이 조치원을 빈번하게 왕래해야 했다면 당연 우회노선을 택할 것이고 그렇다면 갈등요지도 사라졌을 것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천안시민이 조치원을 왕래지로 삼는 때는 세종시 등 조치원과 주변지역이 매력적인 상품가치를 가질 때며, 이는 아마 먼 훗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치원과 인근주민들은 우회노선(천안~조치원~오송~청주공항)을 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천안과 청주공항간 교통편도 좋아지고, 해당지역의 개발기회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시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해당지역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든가, 상권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상인들처럼 주판알을 튕겨서 이득이 나오는 만큼의 관심사다. 결국 ‘이득 없이 반응 없다’는 현대인의 생활자세를 확인할 뿐이다.
또한 직접적인 이득은 없더라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편드는 경향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가장 가까운 쪽으로 흐르는 것이 대체적인 속성이다. 천안시민에게 물으면 ‘직선노선’을, 연기군민에게 물으면 ‘경유노선’이라는 대답이 월등하게 나오는 이유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 또는 무엇이 전체발전에 도움될 것이냐란 대승적 가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직선노선도 좋고 경유노선도 좋은데, 웬 난리.” 천안시민 아무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과부하가 걸린 지역갈등을 씁쓸해 하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동남구를 선거구로 하는 한 천안시의원은 “막말로 차·포 떼고 얘기하면 지역이기가 충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은 ‘이기’
정부는 일정 범주에서 해당지역 의견을 듣고자 한다. 독재권력이 통하던 예전에는 독단적으로 처리해 버렸지만, 이젠 가급적 지역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자 하는 시대다. 하지만 천안~청주공항간 노선안은 경유노선이 우세하다가 직선노선으로 선회한 후 이젠 해당지역이 제각각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들이 주장하는 ‘객관적 타당성’을 살펴보면 별개 아니다.
천안은 ‘비용은 조금 더 들어가되 큰 차이가 없고, 천안에서 청주공항간 도착시간은 16분이 단축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천안시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타당성조사 용역결과를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용역은 직선노선이 39㎞로 24분이 걸리는 반면 우회노선은 56㎞로 4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기군은 ‘시간은 약간 더디지만 경제비용이 획기적으로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은 2008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비용편익분석자료를 근거로 내세우며, 노선결정의 핵심인 공사비가 조치원 경유노선일 때 1조2011억원인데 비해 직선노선은 2조4322억원으로 두배 이상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 이면에는 이후 천안시가 비용이 적게 드는 제3의 직선노선을 세웠고, 충분한 비용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국토해양부가 수용했다는 점을 고의로 간과하고 있다. 연기군은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당초 두 개 노선만 인정’하는 것으로 불리한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몸살 ‘합리적 판단 가능할까’
연기군은 ‘우회노선’을 통해 정체돼 있는 지역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발상이다. 세종시로부터 발전역량을 끌어내고, 연기~천안과 연기~청주공항간 전철을 잇는 것으로 개발시너지를 얻어내고자 하는 것. 전철로 인한 역세권의 급속한 개발·성장은 눈에 보듯 뻔한 이치.
하지만 ‘직선노선’을 원하는 천안도 동남부권 개발에 전철의 힘을 빌리겠다는 데는 마찬가지. 천안시는 천안~청주공항간 신설되는 복선전철 40㎞가 놓여지면 천안역에서 청수-목천-병천-오창산단을 거쳐 청주공항으로 이어지는 정거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천안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7년 10월 이명박 대통령후보 당시 대선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을 건의한 이래 인수위, 국토해양부, 충남도, 철도시설공단, 각 정당 등 수십회에 이르러 건의했다.
현재 국토해양부는 직선노선과 우회노선 모두 예비타당성조사 실시를 재정부에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두가지 노선 모두 반영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또한 단일노선을 결정한 후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라는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이제 하반기로 늦춰졌다. 이에 천안시는 상반기동안 직선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의 필요성과 당위성 논리개발, 총사업비 절감방안, 최적노선 검토, 전문가 자문, 직선노선추진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하반기에 직선노선 예비타당성조사를 재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충남도는 직선노선과 우회노선 모두 재신청 방침을 굳혀놓고 있다.
발전방향 ‘국토부 소신이 관건’
천안~청주공항간 노선갈등의 해법은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다. 지역의 이기(利己)를 배제하면 말이다.
천안지역민이 유리한 직선노선은 16분 절감되는 반면 연기군민에게 유리한 우회노선은 3000억원의 사업비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차이는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사업으로 확실한 변별력을 제시해주진 못한다. 또한 직선노선과 우회노선은 선후의 문제일 뿐, 머지 않아 다른 한쪽도 놓여질 수밖에 없는 요건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이같은 주장은 먼저 직선노선의 경우 서부와 동부를 가로지르는 장항선의 연계노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 천안역까지 내려온 수도권전철은, 90도 꺾어 다시 아산 신창까지 추가연결된 상황. 서해안까지 뻗어갈 이 노선은 ‘십자벨트식 직선 전철노선’이 필요해질 거라는 추정이 가능, 결국 동쪽으로도 달려나갈 수밖에 없다.
직선노선이 그렇듯 우회노선도 마찬가지다. 천안~청주공항간 노선 관계자들은 대전과 세종시를 잇고, 결국 연기를 거쳐 청주공항으로 연결되는 노선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약속은 하되 꼭 지킨다는 장담은 없는 정책이고 보면, 먼저 이득을 챙기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생각이 더욱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합리적 해결방안은 뭘까.
간단하다. 정책결정자인 ‘국토해양부’가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지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지역개발에 대한 영향과 기대가 큰 만큼 가장 적합한 결정을 도출해내야 한다. 지역간 이익을 대변하는 사업이 아니므로, 국가 전체의 발전틀 속에서 판단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생산해내는 낭설들과 그런 것들을 믿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가급적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한쪽으로 결정됐으면, 다른 쪽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주는 것이 옳다. 다만 그같은 견해가 ‘지금 생각’인 것임을 전제하는 것이 향후 기대수치를 정확히 가져갈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이제 시민들도 이해관계가 있는 정책들에 대해 올바르게 알 권리가 있다. 그동안 정책에 대한 불신이, 불리한 결정을 받은 지역민들을 폭발시켜 홍역을 치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권자가 이해관계를 가진 해당 당사자간 갈등만을 부추기고 회피한다면 정책결정은 계속 악순환을 하며 비뚜루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좀 더 소신을 갖고 가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천안시의원 A씨는 지역갈등이 초래된 이번 문제의 핵심을 “정부의 책임감 결여와 정부절차를 신뢰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토해양부가 소신을 갖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전철운행은 동남구발전에 특효”
목천·병천 비롯한 6개읍면 주민들 ‘직선노선 결정’ 간절
지난 3월 초순경 ‘주민과의 대화’를 대신한 현장방문에서 성무용 시장은 10명 안팎의 주민대표와 마주앉았다. 그중 한 주민이 “요즘 목천읍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천안~청주공항간 전철사업의 진행사항에 대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장은 현재 “천안시민들이 바라는 직선노선과 연기군민들이 원하는 우회노선 2개안이 제시돼 있고, 국토부가 하반기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말도 없었고, 천안시가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도 생략했다. 현재 있는 사실 그대로만 알렸다. 직선노선으로 채택될시 개발에 호기를 누릴 수 있는 목천읍민 처지에선 조금 섭섭하게 들릴 수 있는 답변이었지만, 시장은 괜한 부추김이 될까 우려해서인지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다른 질의로 넘겼다.
천안시는 최근 천안시내는 물론이고 읍·면 시골 외진 곳까지 ‘전철노선의 직선화’를 원하는 천안시민의 열망을 담은 내용으로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다. 대부분 관변단체들이 나섰다.
목천읍민의 열망은 병천면을 거쳐 지나는 노선 주변민을 중심으로 더욱 강성하다. 동남구 6개읍면(목천·성남·수신·북·동·병천)은 대부분 농촌지역으로, 그간 천안시 발전에서 소외돼 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도시는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와 건물이 급증하는데 반해 농촌지역은 농업정책과 시대적 발전상에 뒤쳐지며 퇴락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10년 전 ‘관광벨트’라는 무기를 찾아내고 개발하고 있는 것은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다. 천안사적지(유관순)와 병천순대, 독립기념관, 상록리조트는 동남구권의 ‘트라이앵글’로 불려지며 이같은 문화관광산업에 중심축을 이뤄왔다. 여기에 이동녕·홍대용 생가, 고령박씨종중재실(박문수어사), 김시민 사사처 등의 문화재가 두루 있고, 온천관광단지(워터파크 및 휴러클리조트)와 천안문화예술종합회관(예술의전당), 용연저수지, 동산식물원, 들꽃세상, 허브파라다이스 등 다양한 문화체험관광지가 정비개설되거나 추진중에 있다. 게다가 성남·수신 일대에 제5산업단지 등 대규모 기업체들이 유치되고 있는 추세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천안역에서 목천, 병천을 거쳐 청주공항으로 가는 전철이 놓여진다면 획기적인 주민교통편의 개선은 물론이고 (외지)관광객 유치에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남호(70) 병천면이장단협의회장은 “천안~청주공항간 직선노선은 병천주민들에게 획기적인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가장 큰 기대는 시내를 왕래하는 교통편의”라고 밝혔다. 거기에 지역개발의 호기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조바심을 내고 있다.
<김학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