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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더라도… 열심히 살아야죠”

문동호(67) 한국이용사회충청남도지회 천안시지부장/ 이용사 50년간 봉사도 하고 용돈도 벌고‥ 3년새 20% 사라진 건 씁쓸

등록일 2011년04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치직찌직…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사직동 일방통행 골목길의 허름한 풍경 속에 보이는 ‘동양이용원’ 간판. 그 안에는 25년의 세월이 잡동사니 사이로 배여있었다.

의자는 달랑 세 개. 그중 한 의자에 머리를 맡긴 손님과 이용사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한시간여 가까이 머리손질에 씨름을 한다. 치직거리면서도 끊기지 않고 흘러나오는 라디오 속 노래는 80년 말쯤 인기있던 전유나의 ‘너를 사랑하고도’였다.

고희(인생칠십고래희)를 앞둔 문동호(67)씨가 이용사로 살아온 세월은 자그마치 50년.

“중학교를 마치고 이용기술을 배웠죠. 직접 운영하기는 온양나들이에서 14년여, 그리고 여기서 25년여 해서 도합 40년을 해왔네요.”

이용원 운영으로 세 자녀를 모두 대학을 졸업시킨 것을 대단한 긍지로 여기는 문씨. 게다가 20여년을 이용봉사로 살아왔으니, 더 바랄 게 뭐 있겠는가.

천정 가까이에 죽 늘어선 감사패는 그의 봉사경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만원짜리 한 장이면 손님 두상에 안성맞춤인 머리깎기에 면도, 머리감기기, 드라이까지 풀세트가 가능하다.

시간은 대략 40분에서 1시간. 남자들 머리 10분이면 다 깎고 돈받는 미용사들에 비해 참 많은 노력봉사(서비스)가 들어간다.

“한시간에 한명이니, 하루 열시간 해도 10만원 벌이에요. 게다가 웬만한 이용원치고 너댓명받기가 바쁘니 용돈벌이밖엔 안돼요.”

4월12일은 그가 3년 임기의 이용사회 천안시지부장으로 마지막 출근한 날. 현재 신방동 기자재상가에 자리잡은 천안지부는 200명 정도가 회원으로 등록해 있다.

임기는 4월 말까지지만, 지부에 마지막 출근한 감회가 새롭고, 주변 회원들이 위로하느라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3년전만 해도 관내 200개 업소가 이젠 160개밖에 안남았어요. 1년에 10여개가 문을 닫고 있죠. 이용사는 70대가 15명, 60대가 100명, 50대가 50명 정도이며 그 밑으로는 아예 없어요. 다들 미용사로 가지, 어렵고 고단한 이용기술은 이제 사양길에 오른지 한참 되었죠. 양복점이나 양화점이 그렇듯이….”

연로한 분들이 하루 몇만원벌이 이용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몸이라도 아프면 쉽게 그만두는 처지에 내몰렸다. 아침 7시에 문열어 저녁 8시쯤에 문닫는 이용원은 ‘용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은지 오래다. 또한 찾는 손님도 50대 이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용사와 손님 모두 고령화 돼있다.

 

“이용원은 스스로 도태되어 갈지 알고 있었을 거야.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시도해야 미래가 있는 건데, 1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일만 해왔으니 변화하는 시대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르죠.”

그는 행정안전부에서는 5년 내 이용원의 50%가 줄어들 것이라고 할땐 안타까운 표정이 스친다.

그래도 이용원이 살가운 것은 손님을 ‘고객’으로만 보지 않고, ‘가족’으로 대한다는 데에 있다.

손님집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녀들은 무얼 하고,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경제형편은 어떤지 등 심지어 ‘그집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안다.

문씨와의 대화 중에도 고개를 빼꼼히 여는 이에게 음료수를 내민다. “이거나 드셔. 독 든 건 아니니까…, 그래 방범서는 양반이 힘들진 않아. 요즘 날도 더운데….” “아까부터 저쪽에서 세 번을 왔다갔다 했네.”

이용사협회원은 크게 활동하는 것은 없어도 서로를 위안하며 단합이 좋다. 한달에 14000원에서 3만원(대형업소) 하는 회비도 대부분 내고 있고, 구역별 거리청소나 40명이 운영하는 산악회, 12명(한때 27명)으로 이뤄진 이용봉사회 등이 알뜰살뜰 운영되고 있다.

차기 지부장은 13일 김용기 부지부장이 후보로 나선 상황으로, 4월26일 진양회관(원성동)에서 이·취임식을 갖는다. 문씨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다.

“20여년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지부일좀 해보라 해서 했더니 어휴…, 무사히 3년을 때웠어. 3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네. 이제 지부일 그만 두면 힘 닿는대로 봉사활동에 전념해야지.”

한때 6명까지 직원을 둬보기도 했고, 여성면도사들이 퇴폐의심을 받으면서 이용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면서 이용사로 일생을 산 문씨. 될 수 있다면 더 오랫동안 이용사로 사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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