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강릉시 죽헌동의 오죽헌을 찾은 일이 있었다. 그곳은 조선시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유서깊은 곳이다. 오죽헌은 신사임당보다 100년 앞선 조선시대 문신 최치운이 지은 유서깊은 건물이다.
그곳에는 배롱나무가 있었다. 꽃피는 기간이 100일이나 된다 하여 백일홍이라고도 하는 배롱나무는 고사한 원줄기에서 돋아난 새싹이 자라 600여년이 넘는다. 사임당과 율곡 모자가 어루만졌을 이 배롱나무는 오늘날 오죽헌을 지켜주는 수호목이자, 강릉시의 시화로 사랑받고 있다.
천안시도 역사깊은 나무는 곳곳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있다. 광덕사의 400년 된 호두나무가 그러하며, 성환의 향나무나 종합운동장의 팽나무가 그렇다.
그러고 보니 천안시에 오래된 나무들은 대부분 해당 마을 수호목 뿐이며, 그들 외에 군락지를 이룬 유명한 나무들이 없다. 천안삼거리공원 안팎의 능수버들 외에는 말이다.
천안시는 올해도 식목일 전후로 많은 나무들을 심었다. 대부분 관 주도로 이뤄지는 나무심기는 캠페인 보다는 관행의 연결선상에 있다. 아마도 대다수는 ‘식목일이니 나무를 심는다’는 외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어찌 보면 동원된 듯한 사람들이 나무심기를 고역의 하나로 보고 있진 않는지 궁금하다. 물론 그들마저 없었다면 벌거벗은 산마냥, 도심에 녹색이 드리워진 모습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척 고맙다.
2000년, 새천년이 도래했다. 그리고 10년이란 몸풀기가 끝났다. 이제 2011년을 맞아, 새천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마음도, 몸도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체질로 변화해야 할 때다.
나무를 어떤 마음으로 심고 가꾸는가. ‘의미를 두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 나무를 왜 심어야 하는지, 나무와의 공생은 꼭 필요한 일인지, 그렇다면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어떤 방식이 효율성을 갖는 것인지 등등.
올해도 나무는 심겨지는 데만 의미를 부여받았다. 천안시도 이젠 영산홍 공원이라든가, 개나리길, 혹은 장미마을 등 좀 더 시민들에게 사랑받을만한 나무심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들이 10년, 20년 흐르면 지금의 북일고 벚꽃처럼 천안의 보물이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