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식에 식목일까지 겹쳐있는 4월 초순.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이때, 가장 바쁜 사람들은 누굴까? 산불예방업무를 맡은 이들과 대단위 규모로 나무시장을 열고 있는 천안산림조합원들일 것이다. 특히 유병기(천안산림조합) 상무는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며 1인3역을 한다.
“참, 나무 좋네요. 가격도 저렴하고요.” 나무를 사가는 사람들 입에서 이같은 말이 나오면 괜한 쑥스러움도 든다. 좋은 나무 생산자를 찾아 열일 제껴두고 다니는 그의 열정이 보상받는 때다.
산림조합에 말단으로 들어간 이후 천직이다 하고 살아왔던 그. 어느덧 고개를 들어보니 ‘상무’라는 명패가 책상 앞에 놓였다.
처음부터 나무나 꽃을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평생 함께 할 줄은 몰랐다. 아예 한 술 더 떠 수천평의 땅을 사서 직접 나무를 길러오고 있다.
“때론 바쁘고 힘들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나무와 평생 연애하며 사니 몸이 건강하고 마음에도 근심이 없답니다. 집에 작은 텃밭이라도 있으면 나무를 심고 가꿔보세요. 나무로부터 색다른 감동을 전해받을 겁니다.”
이정도 되면 ‘나무귀신’이 따로 없다. 웬만한 나무는 한눈에 신상내력을 꿴다. 나무가 병이 걸렸는지, 얼마나 중병인지 대략 감도 잡는다. 사람으로 치면 의사와 맘먹는달까.
평일에는 조합업무에 매달리는 그도, 일요일이면 아들과 함께 교회를 찾는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 그 외에는 짬나는 대로 그의 밭에 나가 나무가 커가는 것을 지켜보고 관리하는 일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같은 일이 되풀이 돼도 지루하거나 하진 않아요. 남들은 똑같게 보여도, 나무란 저마다의 속성이 다르고 매일 커가는 통에 ‘같다’고 볼 수 없죠.”
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나무시장은 항상 초만원을 이룬다. 시중가격보다 최고 30% 가까이 저렴한 데다 같은 나무라도 수형이나 건강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입하고자 하는 수종이 거의 다 비치돼 있고, 없다 해도 곧바로 구해준다. 양도 많고 질도 좋은 나무시장, 지난해부터는 유량동에 2000평 부지를 구입해 ‘365일 나무시장’을 열었다.
“나무에 대한 교육과 자문을 더욱 친절히 해주고, 나무 키우는데 필요한 각종 장비나 퇴비까지도 한번에 구입하실 수 있도록 갖춰놓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이로운 나무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가꿔주세요. 저희 산림조합이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