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화) 오전 10시30분 동남구청에서는 ‘제5기 정책자문교수단 분과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동남구청은 알찬 회의를 위해 회의 안건을 미리 전달하기도 했다.
불법 주·정차 관리대책, 노점상 관리방안, 건전한 옥외광고문화 정착이란 3가지 주제에 대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동남구청의 열의와 다르게 10명의 분과위원중 참석자는 4명 뿐이었고, 중간에 한명이 들어왔다. 김갑길 동남구청장은 토의에 앞서 “오늘 나오신 분들에게 말할 것은 아니지만, 지역현안 문제로 자문을 구하고자 하는 회의에 분과위원들의 참석이 저조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100분여 동안 3가지 주제에 대해 많은 대화들이 오갔지만 참고할 내용은 많지 않았다. 문제제기를 확인하고 경험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이날 참석한 교수들의 전공은 경영학이나 건축공학, 외식산업학, 산업경영학, 디자인공학 등이다. 그들에게 해당되는 전공분야에 대해서는 해박할 수 있어도, 노점상이나 불법주·정차 개선방안 등에는 대부분 일반인 수준. 그들과 주제가 맞지 않았거나,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분과회의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날 분과위원의 반은 참석조차 못했고, 회의장을 찾은 위원들은 주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지식을 끌어내지 못한 채 동남구청장의 열의만 돋보였던 자리가 돼버렸다.
절반이 참석한 교수들, 그나마도 참신한 답안을 내놓지 못한 채 90분간의 회의를 끝마쳤다.
불법주·정차‥ 차라리 유료화를
동남구청이 꺼내든 세가지 주제는 ‘시민의식’에 기대는 효과보다 분명한 건 없다. 하지만 그건 행정의 시각에서 수동적인 방법일 뿐. 시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한 김갑길 동남구청장은 분과위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길 바랐다.
천안 동남구의 불법 주·정차 단속은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8년 2만9000여건에 이르던 단속실적은 2009년 4만7000여건, 2010년에는 5만5000여건으로 늘었다. 단속을 위해 단속반원 6명과 CCTV모니터 3명이 배치했다. CCTV 장비도 고정형 43대, 이동식 2대로 매년 추가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단속에 따른 과태료 징수율은 60%에 못미치고 있는 실정.
김 구청장은 “늘상 하는 업무임에도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조언을 구했다. 윤석천(한기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CCTV 설치로 처음엔 잘되는가 싶더니 곧 자가용이나 장사차량들이 번호판을 막고 세우더라”며 카메라를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운영할 거냐’에 고민하길 주문했다.
김동환(호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본은 시민정신’이라며 “유치부때부터 준법정신을 잘 가르쳐야 한다. 시민정신이 부족한 게 사실이며,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된다”며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내놨다. 그는 주차방향까지 철저히 단속하고 벌금도 수십만원씩 부과하는 미국을 예로 들기도 했다.
김상섭(한기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가급적 주차공간을 유료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점상문제 ‘뾰족답안 못내’
노점상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을 이어갔다. 동남구에 따르면 관내 노점상은 신부동 종합터미널 맞은편에 집중분포돼 있다. 천안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 소속 노점상이 33개소인데 이중 28개소가 종합터미널 맞은편에, 5개소는 천안역 주변에서 장사하고 있다. 한울타리 소속 노점상도 11개소가 운영중에 있다.
분과위원장인 송복희(한기대 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없앨 수 없다면 규제화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냈지만 동남구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금도 안내고 위생문제나 미관문제, 도로안전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노점상이라며, 이런 이유로 합법화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덧붙여 일부 노점상 운영을 양성화했지만 이는 재래시장 구역 안으로 규제한 부분을 말했다.
노점상에 대해 한마디씩 했지만 분과위원들이 내놓은 의견은 소소한 것들 뿐이었다. 일정기간만 운영하게 하는 방안이 없냐는 위원도 있고, 생계와 결부돼 있어 법적인 자대로만 해선 안된다는 점도 요구했다. 주변상가와의 조율을 전제로 아파트 내 노점상 운영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새로운 의견은 아니었다.
건전한 옥외광고문화 정착과 관련해서는 거의 의견조차 없었다. 이정희(백석문화대 외식산업학부) 교수는 “나도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옥외광고에 욕심은 있으나 고민만 한다”며 법으로 규제화된 외국을 참조해볼 것을 권유했다. 송복희 교수는 “서울시도 오래도록 건전한 옥외광고문화를 조성하려 애쓰고 있는데 잘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간판이 클수록 영업이 잘된다고 생각해 규제만으로 또는 시민의식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참 풀기 어려운 문제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