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썼으면 치워놔야죠.” “그렇게 바라기만 해서 되겠습니까.”
최옥자(63)씨는 일봉동 주민자치위원장이 되면서 어느새 잔소리꾼이 됐다. 그를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앞에서 대놓고는 못해도 뒤에서는 수군수군, 귀가 간지럽기도 하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는 무척 긍정적인 사람이다. 30년을 묵묵히 사회봉사해온 경력도 그렇거니와, 의식적으로 깨어있는 사람의 사고가 몸에 배여있다.
“이 사회가 발전하려면 먼저 시민의식이 변해야 합니다. 주민자치센터를 예로 들면 한달 배우는데 고작 1만원씩 드는데 그 사람들의 요구조건은 하늘을 찌릅니다. 자신들이 어질러놓은 강의실을 청소까지 해달라 하면 되겠습니까.”
그는 아들네가 사는 남미에서 2년간 살다가 지난해 봄 천안에 돌아왔다. “타지에 가보니 천안 좋은 줄 알겠더군요. 한국이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이고, 편리한 생활이 보장돼 있는지를요.” 보험이 잘 돼있다느니, 병원이용이 어떻다느니 하며 그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한국을 예찬했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왜 못 누리고 삽니까.” 그리고 그렇게 못사는 이유를 ‘낮은 시민의식’이라고 못박았다.
“자치위원회는 지역자치를 하라고 마련된 겁니다. 자치위원들은 자기 돈 내면서 봉사까지 하는 자립니다. 이렇게 좋은 시설이 어딨습니까.” 어떤 이들이 ‘세금 냈으니 누릴 권리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요구사항이 많아 장차 문이라도 닫게 되면 누가 손해일까.
일봉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이끌면서 올해 ‘사업 과부하’를 걸어놓은 것도 그다. 일봉동 관내 하천에 나무심기 등 환경정비, 폐식용유를 이용한 비누만들기, 노는 터에 고구마, 배추심어 이웃돕기 등등. 최근에는 거리에 나뒹구는 음식물쓰레기들 관리방안을 놓고 고심하다 전용수거함 30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4월에는 주민자치센터 수강생들을 위주로 한 봉사단 운영을 추진중에 있고, 자치센터 발표회겸 경로잔치를 준비중이다.
“욕심은 많은 잘 될지 모르겠네요. ‘내 마을은 내가 책임진다.’ 이것이 주민자치위원들이 솔선수범할 자세입니다. 올해는 젊은 자치위원들이 많이 들어와 더욱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열심히 할 테니 격려 많이 해주세요.”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