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상명대 교수가 주제발표중에 있다.
올해 들어 첫 정책자문교수단 전체회의가 지난 3일 있었다. 이 때문에 성무용 시장을 비롯한 부서장급 공무원과 정책자문교수단 등 70여 명이 시청 중회의실에 모였다. 성 시장은 올해가 다른 해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전이 형식적인 만남을 가져왔다면, 이날은 2건의 주제발표를 통해 모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좀 더 일하는 시정’으로 바꿔가겠다는 성 시장의 각오가 비쳐진다.
보건복지예산 ‘30%대 코 앞’
천안시 한해 재정규모는 1조1900억원. 이중 일반회계가 62%(7380억원)를 차지한다. 일반회계에서 자체수입은 3406억원(46.2%)으로, 재정자립도 또한 46.2%에 그친다.
세출부문에선 시민단체가 강조하는 복지·교육·환경쪽 비율을 높이고 있는 추세. 올해 보건복지는 28.2%(2084억원)에 이른다. 이외 교육 2%(147억원), 환경보호 6.5%(480억원), 그리고 문화·관광은 7.9%(582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문에선 ‘학교급식비용’이 빠져있다. 성 시장은 “충남도와 협의중에 있으며, 추경에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밖에 ‘주요역점과제 15건’과 ‘당면사항 7건’으로 분류하고 체계적인 추진을 통해 올해를 알차게 보내겠다는 구상을 피력했다.
주요역점과제로는 ▷시민 삶의질 세계100대도시 천안 만들기 ▷일자리 4만개 창출 ▷물가의 안정적 관리 ▷기업유치 및 산업용지 공급 ▷동남부복지타운 조성 ▷문화청소년수련관 건립 ▷종합문화예술회관 건립 ▷홍대용전문과학관 건립 ▷호국충절관광벨트화사업 추진 ▷태조산 솔바람길 조성 ▷주요도로망 건설사업 추진 ▷수도권전철 부성역 통합역사 건설 ▷걷고싶은 거리 조성 ▷천안하수처리장 4단계증설 및 공원조성 ▷출산장려 환경기반 조성.
또한 당면사항으로는 ▶AI·구제역 확산방지 대처상황 ▶봄철 산불예방대책 ▶천안흥타령축제 2011 ▶2013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준비 ▶2012 국·도비 확보 ▶2011 지방재정 조기집행 ▶천안~청주공항 전철 건설.
매력도시 천안이란?
김남호(상명대 디자인대학) 교수가 꺼내든 주제발표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매력도시 천안’이었다.
김 교수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과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예시로 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처는 취임 후 처음 열린 각료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디자인하지 않으려면 사임하라!” 이 말은 창조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도와 함께 디자인을 사회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실천방안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디자인 서울’이라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혁명을 일으켰다. 오 시장은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디자인하기 위한 멘탈환경을 만들었고, 디자인서울총괄본부와 25개 자치구의 디자인서울추진조직을 만들었다. 도시디자인조례를 제정하고 서울디자인위원회와 디자인서울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서울의 지속가능한 변화의 틀을 완성했다.
김 교수는 “말도, 탈도 많지만 그래도 틀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그의 열정을 반겼다. 적어도 김 교수의 눈에 비친 오 시장은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었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성무용 천안시장도 지난 취임사에서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얼굴이며, 도시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라며 공공디자인프로젝트를 추진해 명품디자인도시로 한걸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시디자인과 관련해 현재 천안시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김 교수는 천안의 도시디자인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경제도시, 교육도시, 행복도시, 문화도시, 녹색도시 등 천안시의 미래상을 표현하는 말들은 무척 다양하다. 이를 꼬집으며 “한사람이 모두 1등은 못한다. 한두개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요소를 결집시켜나가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천안을 ‘매력도시’로 불리길 원했다. 양적 삶에서 질적 삶을 지향하는 21세기는 매력가치를 추구하는 시대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럼 천안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현재로선 천안시만의 독특한 매력포인트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다. 매력있는 국가로 영국은 전통, 프랑스는 예술, 인도는 신비를 갖고 있다. 매력도시로는 로맨스를 연상케 하는 파리라든가 역동성이 느껴지는 뉴욕 외에도 밀라노는 스타일, 도쿄는 변화 등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직 천안은 무엇 하나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시민 삶의 질이 향상되고 글로벌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 김 교수는 ‘철저한 디자인 전략수립’, ‘장기간에 걸친 인프라 구축’,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매력도시 천안, 무엇을 디자인할까! |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는 디자인
-전체와 부분을 조망하는 디자인
-차의 길을 인간의 길로 돌려주기
-그린웨이 조성
-편리한 자전거 전용도로
-도심 및 외곽 녹지공간
-특화된 가로수길
-담장 허물기
-도심의 노점상 살리기
-좁은 골목길 가꾸기
-재래시장 보존
-시민에 의한 공공미술
-공사장도 아름답고 재미있게
-역사의 공간 스토리텔링
-불필요한 시설물 제거
-공공디자인의 표준화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산책(등산)로
-걷고 싶은 다리 |
교통 패러다임 ‘바꿔 바꿔’
김남호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동녕(단국대) 교수는 ‘천안시의 교통선진화 방안’을 꺼내들었다.
교통의 선진화는 다름 아니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 승용차 중심에서 대중교통·자전거·사람 중심으로 가자는 거다. 즉 교통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차량·보행자 혼용을 각각 분리하고, 불법주정차 문제도 합법주정차로 바꾸는 것 등이다.
교통환경이 바뀌면 모든 게 달라진다. 녹지와 가로수, 보도 등이 넓어지고 보행자 전용거리, 거리화가, 거리의 악사 등이 생긴다. 보·차 분리로 교통안전이 확보되고, 자전거타기와 걷기로 건강을 유지한다. 저탄소, 친환경적 시스템으로 녹색도시가 구현된다.
김 교수는 보행체계와 자전거체계, 경전철체계 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잘잘못을 비교해 보여줬다.
천안시는 천안천변 등 잘 정비된 보행체계가 있는가 하면 보도 대신 자동차가 우선인 도로를 짚었다. 터미널, 천호지, 원성천 등 넓은 보도를 확보한 곳도 있고 중앙시장길이나 온양나드리 지하차도 등은 차도와 혼용돼 안전을 위협하는 길도 있다. 일본 후쿠오카의 잘 정비된 보도 시공사례를 예로 들며, 천안 관내의 불량한 보도노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폴란드나 스웨덴, 홍콩 등 보행중심이 잘 이뤄진 외국 사례들은 부러움을 샀다. 동유럽의 어느 도로는 2차로 도로에도 보행대피섬이 설치돼 있었다. 3차로지만 횡단하는 곳은 2차로로 횡단거리를 줄인 곳도 있고, 차도-녹지-자전거-보도 순으로 차로수를 줄여 자전거길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전거길과 관련해서도 천안시터미널 뒤편 등은 폭이 좁고 장애물이 설치돼 있어 불연속 자전거도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만, 덴마크나 노르웨이 등 외국의 잘된 사례는 차로를 줄여서라도 안전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버스운영의 경우 다양한 관리실태를 보여주면서, 김 교수 자신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오늘 단국대에서 일부러 버스를 타고 시청을 오니 1시간이 걸렸다. 차를 운전하고 온다면 25분이 걸리는 거리다. 덕분에 버스에서 책도 읽고 생각할 시간도 가졌다”고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자가용만큼 빠르고 편한 대중교통시스템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미래의 교통시스템은 ‘도시 경전철’이 필수적인 부분을 설명하며, 외국의 경전철 운행사례를 들었다. 이외에도 천안 관내 무료주차장의 부작용을 짚기도 했다. 비어있는 공공주차장 인접한 길은 불법주차 천국이고, 이면도로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열악한 환경을 꼬집었다. “신부동 먹자골목의 경우 천안시가 맘만 먹으면 차없는 거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경우엔 차없는 도로가 오히려 상권이 활발한 곳들이 많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천안시가 선진 교통도시가 되기 위해선 관련부서의 조직을 강화하고, 시민공감대를 형성해 올바른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도시디자인추진본부’ 추진 주문
두 건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 서너명의 교수들이 견해를 피력했다.
이광영 남서울대 교수는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장·단기 계획을 세워 추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청 내 도시디자인과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13개 지역대학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 ‘도시디자인추진본부’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 시장은 이에 대해 시청 전체조직의 통폐합 부분에 신경쓰고 있다며 “참고하겠다”고 응답했다.
김동환 호서대 교수는 경전철의 중요성과, 현재 전국의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점을 우려해 천안시 추진실태를 물었다. 이에 대해 성 시장은 자세히 밝히며 “타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우리는 되도록 안 겪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리발언에서 성무용 시장은 천안시 살림에 대해 한마디 했다. “부동산 경기가 줄다보니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복지예산이나 급식예산 등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가용재정이 줄고있다”며 “이런 이유로 전국 지자체들은 정부의 예산이 지방으로 더 분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