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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조가 비둘기라고? ‘수리부엉이가 더 어울리건만…’

전국에 흔한 시조 ‘비둘기’… 천안시도 진지하게 검토할 때

등록일 2011년02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의 상징나무는 ‘능수버들’이다. 삼거리전설에 등장하는 능수버들은 능소와 박현수 선비가 만나 연인이 되는데 단초가 됐다. 또한 수자리를 떠나는 아버지와의 이별과, 만남을 기약하는 증표로도 사용됐다. 이런 이유로 천안삼거리 주변엔 능수버들이 많고, 이와 관련된 시(시조)가 많다.

천안을 상징하는 동물로는 전설상의 ‘용’이 자리매김돼 있다. 천안은 유독 용과의 인연이 깊다. 삼국을 통일한 고려태조 왕건은 천안을 ‘오룡쟁주’ 지세로 보고 전략적 요충지로 삼았다. 그 이전엔 ‘용’으로 상징되는 온조왕이 남하하면서 천안지역과 인연을 이었다. 직산에는 온조대왕 사당이 있다. 그래서인지 천안은 삼룡동, 구룡동, 쌍용동 등 용과 관련한 지명이 무척 많다.

그런데 시목으로 지정한 ‘개나리’와 시조로 지정한 ‘비둘기’는 천안과 딱히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특히 이들 개나리와 비둘기는 전국적으로 지역마다 많이 쓰이고 있는 것들로, 지역적 특색을 담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국지자체들 ‘시조, 바꾸고 있다’

‘시조(市鳥)’와 관련해 천안시는 적어도 두 번의 변경기회를 가졌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비둘기’를 고수하고 있다. 이미 충남도내에서는 서산이 ‘장다리물떼새’로, 당진이 ‘두루미’로 바꿨다. 최근엔 아산시가 시조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시조를 바꾸자는 얘기는 수년 전부터 한국조류협회 천안지부(지부장 이동근)의 희망이었다. 언론을 통해서도 지역적 특성에 맞게 바꿀 것을 제안했고, 일례로 ‘수리부엉이’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동근 천안지부장은 수리부엉이를 전국적으로 천안지역의 명성을 알려온 광덕호두와 연관지었다. 한때 전국 생산량의 80%를 감당했던 광덕호두가 지금은 기세를 잃었지만, 여전히 천안을 대표하는 농작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엔 삼남의 갈림길로 유명했던 ‘천안삼거리’와 함께 ‘광덕호두’에 대해 명품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리부엉이는 호두를 먹어치우는 청설모를 먹이로 삼습니다. 큰 것은 하루 7마리의 청설모를 잡아먹습니다. 수년 전부터 조류협회를 통해 광덕산 자락에 방생해오다 보니 현재는 수십마리가 생태계를 이루고 있죠.”

이 지부장은 수리부엉이가 바로 ‘광덕호두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단다.

그밖에도 수리부엉이는 덩치가 크고, 매서운 눈과 부리, 발톱을 갖고 있는 맹금류다.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는 천안시에 걸맞는 위상이다. 역사성과 현재성, 위상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수리부엉이는 천안시조에 1순위로 언급돼야 한다는 것이 천안조류협회의 말이다.

하지만 그같은 주장은 천안시를 움직이게 하는데 역부족이었나 보다.

2년 전인 2009년에는 시행정이 움직일만한 사안이 발생했었다. 환경부가 비둘기를 ‘유해야생조류’로 지정한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유해한 조류를 시조로 삼고 있다는 것이 발단이지만, 이번 기회에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시조로 설정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었다.

천안도 유해조수로 지정 직후 전 공무원이 참석한 월례회의에서 환경위생과 한 직원이 ‘시조변경건’을 건의한 바 있다. 성무용 시장도 일리가 있다는 판단아래 담당부서에서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마땅히 담당부서를 찾지 못한 채 총무과가 나름대로 조사해 처리한 수준은 미약했다. 비둘기를 시조로 사용하는 몇몇 지역을 살펴보고 ‘그들도 바꿀 기미가 없고,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도 있으므로 일단 그대로 둬도 무방하다’는 정도의 결론을 낸 것이다. 그리고 천안시의 시조 변경건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런 상황에서 천안과 같이 시조를 비둘기로 쓰는 아산시가 시조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4가지 조류로 시민 설문조사를 마친 결과 박빙으로 나타난 ‘백로’와 ‘수리부엉이’로 2차 설문조사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자칫 천안과 연관이 높은 수리부엉이로 결정될 경우 천안시는 향후 1순위 후보감을 놓친 채 시조변경을 단행해야 하는 애석함을 갖게 될 처지다.

지금 기회에 한번쯤 ‘시조변경건’에 대한 폭넓은 연구·조사를 통해 비둘기로 고집할 것인지, 아님 적기에 바꿀 것인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그럴려면 정확한 담당부서를 정하고 환경위생과, 총무과, 문화관광과, 산림과, 그리고 천안조류협회와 환경운동연합 등이 한자리에 모여 진득하게 토의해볼 문제다.

 


시조 비둘기, 전국 54개곳 사용


국립생물자원관 조사… 일부 지자체 지역적특성 살린 상징종으로 선정·홍보


국립생물자원관(관장 김종천)은 2010년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적 특색을 잘 나타내는 상징생물 지정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이는 생태관광 활성화 등 지역경제 부흥에도 필요한 사업.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상징나무, 상징꽃, 상징동물 등 세가지 범주로 그 지역을 상징하는 상징종을 구분해 지정·활용하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 제5조(지자체의 상징종)에서는 지자체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야생동·식물을 상징종으로 지정해 보전·활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지역적 특색에 맞는 지자체 상징종의 효율적 관리 및 현명한 활용은 생태관광활성화 등 생물자원을 이용한 지역경제 부흥과 이미지 제고를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 나비축제는 2009년 17일간의 축제기간 중 530만명의 입장객과 25억원의 수입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잘못된 이름을 사용하거나 지역적 특색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상징종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지자체 상징종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우리나라 269개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자체 상징종 지정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두 249개의 지자체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종을 지정·활용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조사결과 상징꽃 38종, 상징나무 38종, 조류 36종, 포유류 10종, 어류 7종이 지역 상징생물로 지정·활용되고 있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 천연물 등 지자체를 대표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생물을 상징종으로 선정해 홍보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천시의 경우 포천구절초, 포천 직두리 부부송(천연기념물 제460호), 원앙(포천 광릉계곡이 주요 서식처) 등을 시화, 시목, 시조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지자체에서 동일한 종을 상징종으로 중복 사용하거나, 잘못된 국명 사용, 환경부 지정 유해야생동물 활용, 외래종을 지자체 상징종으로 선정해 사용하고 있다.

상징꽃의 경우 철쭉 42개 지자체 공동지정, 상징나무의 경우 은행나무 72개 지자체 공동지정, 상징동물의 경우 까치 59개 지자체 공동지정 등이다.

일부 지자체는 백일홍(배롱나무 권장), 산목련(함박꽃나무 권장), 함박꽃(작약 권장) 등과 같은 잘못된 국명을 사용하거나, 비둘기 등 환경부 지정 유해야생동물이나 장미와 같은 외래 기원종을 지자체 상징종으로 선정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현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로 생태관광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그 지역의 특색있는 생물자원을 이용한 상징종 활용을 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시·군 단위 이상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자생생물을 이용하여 각 지자체의 지역적 특색을 잘 반영하는 올바른 지자체 상징종을 지정하고 활용하고자 본 사업을 착수했다.

지자체 상징종으로 잘못된 이름을 사용하거나, 지역적 특색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상징생물을 지정·활용하고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올바른 상징종 사용을 위한 전문가적 자문을 통해 새로운 상징종 변경을 유도해 나가고, 아울러 그동안 꽃, 나무, 척추동물 등으로만 한정돼있던 지자체 상징종의 범위를 곤충과 같이 한번도 지자체 상징종으로 선정되지 않았던 아름답고 의미있는 생물군으로 지정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의 경우 우리나라 자생생물 중 처음으로 발표된 제주홍단딱정벌레나, 제주도에서만 발견되는 두점박이사슴벌레 등을 지자체 상징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예라 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생태적·경제적 가치 활용이 가능한 지역적 특색을 잘 반영하는 생물종의 탐색 및 개발, 지정 지자체 상징종을 이용한 지자체 마스코트 개발 및 행사 활용 등 문화소재 활용 극대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생태관광 등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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