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무용 천안시장이 극적으로 ‘정치생명’을 건졌다.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10월’을 선고받은 성 시장의 11일 대전고법 2심선고는 ‘선고유예’로 떨어졌다. 모두가 선거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1심선고에서 ‘해당선거법 위반은 벌금형이 없는 중형범죄’인 점을 차지하더라도, 재판부가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다’며 검찰의 구형대로 판결한 때문이다.
2시30분경 선고가 내려지자 대전고법 제316호 법정을 빠져나온 성 시장의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성무용 시장도 얹힌 체중이 쑥 내려간 듯 환한 미소를 띠었다. 안절부절했던 10개월이 이 시간부로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선고유예 선고를 받고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오는 성무용 천안시장.
왜 1심선고가 뒤집어졌을까.
먼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은 ‘중차대한’ 선거법 위반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그간 성실한 정치생활로 상쇄시켰다. 재판부는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해당 선거법 위반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청받았지만 참석을 미루다 늦게 간 건 지지호소를 위해 모임을 찾아다녔다고 볼 수 없다. 참석분위기도 내용을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니고, 술자리모임의 어수선한 뒤 끝에 담소를 나누다 우연히 유제국 시의원후보를 보고 가볍게 지지호소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우발적, 즉흥적’으로 봤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시장을 지내는 등 그의 오랜 정치생활동안 이렇다 할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점도 원심파기에 영향을 미쳤다.
1심에서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판단과 관련해 2심에서는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봤다. 이는 1심재판과정과는 다른 방식으로 2심재판에 임했기 때문인 듯. 지난 1월28일 선고를 앞둔 마지막 4차 결심공판에서 성 시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오해받을 일을 한 것은 잘못이고, 자숙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기업인, 정치인, 행정인으로 바른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이렇듯 자신의 행위 자체의 부적격성을 인정하고 2심법정 앞에 선 성 시장에게 재판부는 남은 임기 3년여간 시민을 위해 성실히 일해줄 것을 주문하며 ‘선고유예’를 내린 것이다.
한편 성 시장과 같은 문제로 법정에 선 김재근(당시 시청국장·1심 징역6개월)씨와 유제국(당시 시의원 후보·1심 벌금200만원) 시의원에게도 재판부는 즉흥적·우발적 행위에, 과거 범죄에 연루된 점이 없는 점을 고려 성 시장과 같은 ‘선고유예’를 내렸다.
사건내용 ‘간추려 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천안지부(이하 천안경실련)는 2010년 5월6일 당시 성무용 천안시장 예비후보와 유제국 천안기초의원예비후보, 김재근 동남구청장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의뢰했다.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는 성무용 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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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판결로 기사회생한 성 시장이 법정을 빠져나오며, 법정을 방문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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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제보자가 2건의 공무원 모임에 대한 녹취파일과 녹취록을 넘겼고, 천안경실련은 그같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녹취내용은 이렇다. 4월7일 수신·성남출신 공무원으로 구성된 수성향우회 모임에서 성 시장은 유제국 시의원 후보를 위해 “청룡동, 병천 쪽에 이런 뭐, 연고가 있으면 많은 세력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유 의원도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같이 힘을 합해서 우리 성무용 시장님에게 다시한번 큰 힘을 주시기 바라겠습니다”라고 했다.
4월23일에는 천안농고 출신인 은백양회 모임에서 당시 김재근 국장은 “6월2일 성무용 시장님의 당선과 더불어서 행운, 또 필승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했고, 성 시장은 “천안농고 논두렁 걷는 힘으로 뽑아주면 한번 더 하는 거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 힘을 좀 모아주시고 도와주세요”라고 인사했다.
이같은 내용이 문제가 되자 성무용 시장은 ‘덕담수준’으로 해명했고, 유제국 의원도 ‘관례적인 인사였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8월11일 성무용 시장을 사전선거운도오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유제국 의원, 김재근 국장도 같은 이유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3개월이 지난 11월15일 1심공판에서 성 시장은 ‘징역10월’을, 유제국 의원과 김재근 동남구청장은 각각 ‘벌금200만원’과 ‘징역6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성 시장 등의 발언을 ‘의례적인 발언이 아닌 선거운동’으로 판단했고, 녹음테이프에 녹취된 내용도 성 시장측이 주장한 것과 달리 조작·편집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있었다면 관용을 베풀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검찰구형과 똑같은 판결을 내렸다.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은 성 시장과 유 의원은 곧바로 항소했다.
천시협 ‘검찰의 상고 촉구’
항소심이 1심을 파기하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자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2월12일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선고유예는 관행적 폐습을 용인하는 위험한 면죄부 판결’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성명서는 ‘공무원의 줄서기와 논공행상에 따른 인사폐단이 행정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저해하기에 엄중히 처벌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라는 면죄부를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무원의 줄서기와 선거개입을 용인하고 공직선거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판결이어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를 들며 ‘원심에 대한 상황의 변동없이 오히려 피고인들이 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심판결을 뒤엎고 파기한 2심판결에 대해 검찰은 반드시 대법원에 상고해야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시협은 이번 항소심 판결이 공무원을 줄세우는 관행적 폐습을 일벌백계해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공직사회 개혁에 모범적인 선례가 됐었길 희망했다.
한편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iCOOP천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천안지회, 천안KYC, 천안YMCA, 천안녹색소비자연대,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천안여성회로 구성돼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