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선생님으로 살아온지 35년. 정년퇴임 후에는 사회과목 전공을 살려 문화관광해설사로 나선 황서규(75`천안 성환읍)씨.
“내 하는 일이 작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이것(문화관광해설)이 애향`애국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올해 나이 만75세. 한창 손주 재롱을 즐길만한 때에 그는 어엿한 직장인으로 출근한다.
발걸음이 상쾌한 건 이루 말할 수 없다. 문화관광해설사로 근무한지 햇수로 9년째. 여러 곳을 전전하다 2007년부터는 광덕사에 붙박이로 있다.
출퇴근시간만 하루 3시간에서 4시간. 그도 그럴 것이 성환에서 출근하는 광덕사는 위치적으로 북쪽 끝에서 남쪽 끝이다.
하루 일당 4만원에 자가용 출`퇴근은 안될 일. 그렇다고 현재 이용하는 버스차편은 시간도 더디고, 중간에서 갈아타야되는 번거로움은 물론, 배차간격이 ‘달나라만큼’ 멀어 한번 차편을 놓치면 속절없다.
그래도 광덕사가 좋다는 그. “여기는 문화재가 많아요.” 향토사학자인 그의 욕심이 웬만한 고생쯤은 눈에 들지도 않는 게다.
문화재가 많은 광덕사는 방문객들도 심심찮게 온다. 특히 숙제를 풀기 위해 학생들이 주로 온다는 그에게 슬쩍 물었다. “어디 학생들이 그중 많이 찾나요?”
그러자 ‘오성중학교 학생들’이라는 즉답.
2년 전엔가 이화여대 역사과 학생들이 교수와 함께 찾아온 적이 있는데 그의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느 학생이 광덕사와 관련된 졸업논문을 현장에서 발표했는데, 꽤 괜찮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런 학생은 적고, 대부분 숙제나 찰라의 흥미가 발동돼 ‘던지는 물음’ 수준이다. 알고자 하는 궁금증이 적고, 묻더라도 알찬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쉬움도 묻어난다.
광덕사의 문화관광해설사로 근무하면서 그는 향토사가로서의 본업도 잊지 않았다. 사찰 주면에 널려있는 것이 통일신라시대 주춧돌인 것을 알고 개울둑에 모아놓기도 하고, 광덕사 주변 문화재를 정리해 팜플릿을 만들기도 했다. ‘천년고찰 천안의 광덕사’를 집필하기도 했다.
“내가 없어도, 광덕사와 주변 문화재를 알고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대신해 정보를 제공해주겠죠.”
그동안 천안의 문화재와 그와 관련된 것들을 수집해놓은 그는 지난해부터 파워포인트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방대한 양이 정리되면 좀 더 지역향토사에 좋은 정보를 쉽게 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