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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속 불당원형육교 설치 120일/ 계단 없는 육교 ‘앙꼬 없는 찐빵인가’

엘리베이터 잦은 고장에다 경사로 이용불편... 비장애인·자전거 모두 엘리베이터로 몰려

등록일 2011년01월1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시 불당 경관육교가 60억원(대한주택공사 30억 부담)을 들여 설치된 지 120일이 지났다. 기존 육교가 노후화되면 없애고, 신설육교도 자제한다는 자체 방침을 갖고 있는 천안시. 그같은 ‘육교무용론’에 따라 얼마 전 직산읍내 육교도 철거한 바 있다. 그런 천안시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불당육교를 설치한 이유는 뭘까.

시가 내건 명분은 ‘교통체증 해소’,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 ‘멋진 경관’이었다. 60억원에 대한 명분치고는 부실하다. 육교를 설치했다고 교통신호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교차로마다 설치된 횡단보도가 무수히 많은 상황에서 한 개 줄였다고 사고예방 운운하기가 버거운 얘기. 멋진 경관은 육교의 실용성 외에 덧붙여진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교차로에 횡단보도 선 하나 그리면 될 걸, 60억의 구조물을 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숙이 시의원은 불당육교에 대해 “왜 (설치)했냐”며 의문점을 찍는다. “차라리 그 예산이면 좀 더 시급하고 유익한 곳에 사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여하튼 불당육교는 설치됐다. 그리고 설치된 후에도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초기 엘리베이터 고장민원 들끓어

60m 넘는 육교 경사로는 사람 발길이 뜸하다. 현재의 육교정책은 신체건강한 비장애인에게는 계단 이용의 편리함을, 노인과 임산부, 장애인 등 보행약자에겐 경사로나 승강기를 두는 쪽이다. 하지만 불당육교에 한해 천안시는 기존 계획을 번복하며 ‘요상한 육교’로 만들었다.

처음 계획은 계단과 경사로를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천안시장애인단체협의회의 ‘승강기 설치’ 주장을 받아들였다. 3가지 시설을 모두 두는 것에 예산부담을 느낀 천안시는 경사로가 아닌 ‘계단’을 삭제했다. 교통약자를 배려한 경사로와 승강기가 사이좋게 설치됐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듯’ 육교의 원주인이던 계단이 소리없이 사라진 거대육교가 탄생했다.

 

<수시로 고장나는 엘리베이터…, 무슨 배짱입니까. 고장시 전화번호도 없고, 우리가 내는 세금이 적어서일까요. 또 눈이 오면 염화칼슘을 뿌려주세요. 경사로가 엄청 미끄럽습니다. 계단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비올 때나 눈올 때나 계단이 없어 완전 꽝입니다.>

한 시민이 1월1일 천안시청 인터넷신문고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난 데다가, 결빙된 경사로는 미끄럽고 눈 쌓인 난간 잡고 내려오다 보니 손도 시려웠다며 “왜, 목숨걸고 무단횡단하도록 유도하냐”며 천안시를 비판하는 글이었다.

실제 천안시는 육교 설치 후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곤욕을 치렀다. 특히 12월에는 거의 매일 고장나 이용객들의 불만이 북새통을 이뤘다. 1월1일부터 관리를 맡은 업체를 통해 네 곳 엘리베이터의 의심부품을 교체한 후에야 빈번했던 고장이 사라졌다.

하지만 13일(목) 또다시 고장신고가 접수됐다. 관리업체 관계자는 “어떤 사람이 소변을 봐서 문틈이 얼어붙어 고장이 발생한 것”이라며 “모래 등 이물질이 끼여도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계절별로는 “보통 너무 춥거나 더운 겨울철과 여름철이 오작동과 기계결함이 많은 시기”라고 말했다. 눈·비로 엘리베이터 이용이 높아지는 때가 고장도 가장 많다는 얘기다.

향후 노후화로 인한 작동불량까지 겹치면 관리비용 문제와 더불어 민원은 더욱 발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용객들, 계단없는 불편 호소

사람이나 자전거이용자나 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계단 없는 육교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용수단은 단연 ‘엘리베이터’다. 지난 12일(수) 오후 2시경. 경사로에 눈은 쌓였지만 포근한 날씨덕에 가운데는 사람이 걸어다니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원할히 작동했다. 1시간30분동안 가장 이용객이 많은 북쪽 엘리베이터 이용 추이를 살펴봤다.

그간 40명 가까이 이용했고, 이 가운데 35명 정도가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특히 두명 이상 무리지었을 때는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청장년들 여럿과, 심지어 두 대의 자전거도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동쪽에서 걸어오는 이용객(50대초반 여성)을 만났다. “이용불편이요? 경사로 한쪽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경사로가 너무 길어요. 걸리는 시간은 엘리베이터와 같은데, 잘 안 걷게 돼요. 계단이 있다면 좋을 텐데….”

또다른 여성이용객은 엘리베이터의 잦은 고장과 결빙된 경사로를 이용하는데 불만을 토해냈다. “더군다나 이곳은 학교가 많아 학생들 이용이 많은 곳인데, 경사로를 이용하기가 만만찮아요.”

직접 경사로를 걸어보니 일반 장정걸음으로 95보. 비탈길의 어려움은 차치하고, 평지로 따져봐도 족히 60m는 넘는 거리. 양쪽으로 오르고 내리는 거리를 계산하면 120m가 넘고, 도로 위 횡단거리까지 더하면 도로 하나를 건너는데 150m를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계단에 비해 시간도 더디 걸리고 많이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하루 수백·수천명이 오가는 불당육교에 왜 계단을 빼버렸는가 하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일이다.

장애자녀를 두고 장애인을 위한 활동으로 뼈대가 굵은 이숙이 시의원은 “육교 만들면서 엘리베이터 하나 둔다고 장애인을 위해 배려했다는 말은 별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비장애인 것 뺏어서 장애인 줬다는 오해와 불만이 나온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정확한 취지와 배려 ‘시책방향 필요’

무슨 일을 하는지 선(先)과 후(後)가 있는 법. 한정된 예산으로 시민의 삶을 관장하는 천안시청의 시책은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고 잘 판단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경관육교가 실용적이며 주변미관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또하나, 이번 불당육교를 시행함에 있어 논란이 됐던 승강기 설치건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과 지침을 세워놓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장애인협회측 말대로 ‘경사로는 구배가 높아 무용지물’이라면 실질적인 법규정을 손질해서 쓸모있게 고쳐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3일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지체장애인편의시설 제주지원센터는 실태조사를 통해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시 보도 경사로중 13%만이 제대로 설치된 것으로 드러난 것. 제대로 설치해도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10곳 중 8·9곳이 적법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법적 기준이 최근 강화된 측면이 있어, 과거에 설치된 육교는 향후 개선문제로 남겨진 과제로 볼 수 있긴 하다.

교통약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규정이 제시돼 있다.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의 유효폭은 1.2m 이상 돼야 한다는 점이나, 경사진 접근로가 연속될 경우 휠체어 사용자가 휴식할 수 있도록 30m마다 수평면으로 된 참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다. 기울기도 6도(1/18) 이하로 낮췄으며, 지형상 곤란한 경우에는 8도(1/12)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이같은 시행규칙은 분명 교통(보행)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기준치로 잡힌 것.

삼거리경관육교의 경우도 일부 장애인단체가 문제제기했지만, 해당 동남구청측은 ‘법적요건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지형상 구배가 8% 이하로 법적규정을 맞춘 경사로는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만, 교통약자에게도 그다지 불편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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