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안복(54·천안 성정동)씨. 늦맛을 본 터에 ‘죽어라’ 배우고 실전경험을 쌓느라 이렇듯 쉬이 세월을 흘려 보냈는가. 설매화가 11번을 피고 진 시간.
“올해는 천안에서 소리꾼으로 이름 좀 알리고 싶네요.”
경기잡가에 최고라는 묵계월 선생 밑에서 황해도의 서도소리와 경기소리를 사사받은 이씨. 소리꾼의 마지막 도전장인 ‘명인(명창)부’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실력이라, 간혹 그녀의 ‘뱃놀이’라도 듣는다면 찰지고 구성진 맛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그녀의 바람은 ‘소리꾼’이 아닌, ‘천안소리꾼’이 되는 것. 천안에서는 신묘년 해맞이와 각종 공연들이 무산되면서 서울 종로구청 해맞이공연을 통해 한 해를 여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올해는 천안에서 뭔가 해보려 해요. 신변잡기로 몸살을 앓던 2010년은 이미 지난해가 돼버렸잖아요. 숙제로 내준 천안소리의 정체성 찾기에도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현재 천안 서부광장이 바라보이는 건물 70평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그녀.
“국악은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느린 변화를 보입니다. 창호지에 물 스며들듯 하지요. 그래도 국악을 찾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 길을 멈출 수 없게 합니다.”
국악에 몸을 맡겨 사는 그녀가 어느 부분에서 눈살을 찌푸린다.
“예전엔 취미활동으로 배우던 것이 점점 상업화로 치닫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수년을 배우고서도 감히 나서지 못하는 국악인들을 뒤로 하고, 잠시잠깐 배운 것으로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몇 년 전부턴가 각종 문화센터나 주민센터 같은 곳이 문을 열면서 배우려는 자와 가르치는 자가 늘고 있다. 그녀에게는 참 고마운 현상이다. 그러나 ‘제대로 배운 자가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다. 그녀가 스승에게 배울 때는 대충대충이 없었다. 한가지도 끊임없이 되풀이해 익히고, 숙달시켰다. 기본기를 익히는 데도 몇 년이 걸리는 게 예술의 길.
“요즘은 ‘6개월 강사’란 말도 어색하지 않아요. 말 그대로 6개월 배우고 제자를 가르친다는 겁니다. 수박 겉핥기가 이럴때 써야 할 거에요.”
가르치는 자나 배우려는 자, 또한 그런 관계를 맺어주는 곳 모두가 행위에 대한 올바른 철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우리 의식과 문화도 ‘대충대충’ 사고를 벗어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는 그녀가 한마디 던진다.
“우리, 이제부터라도 진한 사골국물같은 문화를 만들어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