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최고의 공인중개사가 될 겁니다.” 한정희(44)씨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 ‘부동산’에 꽂혔다.
오랫동안 웨딩업계에 몸담고 있었던 그녀. 경기도 꽁꽁 얼어붙었는데 그만 두기가 쉬울까.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되기까지 사정은 있는 것. 꼬치꼬치 따지고 아쉬워할 순 없다. 누가 그렇게 말했지. 떠날 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나는게 결국 현명한 것임을….
그만두기 전 한씨는 ‘공인중개사’를 목표로 삼고 생전 담쌓던 공부를 악착같이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까지 걸린 기간은 8개월. 그 정도면 보통 따지 않을까 하겠지만 직장생활과 가정주부로 열심인 그에겐 대단한 성과였다. “자격증을 따려 마음먹은 날부터는 매일 거의 3시간밖에 못잤어요. 학창시절에 그렇듯 공부했다면 뭐든지 됐겠죠.”
그런 근성을 아는 주변사람들은 그를 ‘여장부’라고 불렀다. 그렇게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를 새롭게 시작한 그녀에게 2010년은 어떤 해였을까.
시작했으니 ‘최고’를 목표로…
올해 3월부터 시작한 부동산 중개업은 그녀의 삶을 변화시켰다. 쉬엄쉬엄 한다면 무엇이 어렵겠는가마는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부딪쳤다.
아파트쪽에서 토지와 상가쪽으로 관심을 넓혔고, 경매쪽으로도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법전을 항시 손에 닿는 곳에 놓고, 특히 민법은 책이 닿도록 보았다.
“사람들은 보통 법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대리소송에 맡기는데 법원소송은 실제 본인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일도 법을 잘 알아야 하는 거지만, 일반인이라도 생활속의 법 공부는 필요하다고요.”
반듯반듯 정리하는 습성이 오래도록 몸에 배어있다는 그녀. 하다못해 들고다니는 가방 속조차도 항시 정리정돈이 확실한 성격은 사람과의 관계나 일처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상담차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찾아가 만났다. 얼굴을 보고 말하는게 신뢰를 보여주기도 좋고, 좋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데도 도움이 됐다. ‘관계의 첫걸음은 신뢰’라는 걸 익히 아는 까닭이다.
거래가 종결됐어도 꼭 다시 찾는다는 그녀. 시계나 티슈가방 등 작은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반겨맞았다.
“즐겨맞으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보람을 느껴요. 잘 연결시켜 드렸다는 방증이니까요. 일회성 관계는 싫어요. 한번 관계를 맺었다면 몇 년 후라도 다시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한편 ‘공인중개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받는 것. 이는 정희씨의 소망이기도 하다. 이 업계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 또한 발전시켜나갈 구성원으로써 고객에게 위엄을 얻지 못하는 공인중개사의 현실이 한씨에겐 달갑지 않다.
그녀는 최근 고려대 사이버대학교 ‘부동산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단순히 부동산에 대한 전세나 매매를 중개해주는 일에 끝나지 않고, ‘컨설팅세일즈’를 하고자 하는 것. “부동산 중개업도 예전과 달리 전문인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부동산에 대한 전반적 지식과 미래예측적 판단으로 구매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업이 돼야 합니다.” 그럴려면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지론이다.
내년엔 두정동 다른 곳에 좀 넓은 사무실을 내고 직원도 두세명 둘 생각이다. “한동안은 열심히 배우고 몸소 체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친절과 정직으로 좋은 이미지를 쌓아갈 겁니다. 그래서 공인중개사도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