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시회에서 크게 호평받은 방일원(56) 작가의 사진전을 천안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12월21일(화)~2011년 1월6일(15일간)까지 천안박물관 1층에 여는 기획전은 흡사 전국의 명품소나무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그의 작품세계는 고요하면서도 정적이지도 않다. 안개낀 소나무 또는 그런 풍경이 자아내는 소나무군락을 표현하면서도, 대나무숲 속에서 하늘로 치뻗은 소나무의 질긴 생명력이나, 바위 틈에서 세찬 풍상을 겪어낸 소나무의 활달한 기상을 담았다.
유독 ‘소나무’만을 좋아하는 외고집스런 면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배여있는 이번 사진전은 소나무를 좋아하는 이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소나무를 찾아다닌 거리를 환산하면 지구를 몇바퀴 돌았을 거라는 방 선생에게 지인들은 ‘인간 네비게이션’으로 불렀다. 조선시대, 대동여지도를 그리기 위해 전국팔도를 몇번이고 샅샅이 훑고 다녔다는 김정호가 그에 미칠까.
인영선(천안 서예가) 선생은 그를 두고 “소나무를 표현함에 있어 나는 묵에 미쳤지만, 너는 사진에 미쳤구나”며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소나무에 미쳐 가족도 ‘팽개’친 채 카메라를 메고 반 생(生)을 쫓아다녔으니 그 경지를 알 만 하다.
작가 방일원은 1981년 천안사우회에 입문한 후 16년이 지난 1997년 천안시민문화여성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간 200회의 단체전을 넘겼고, 대한민국사진대전 입상 4회와 제41회 동아일보사 국제사진콘테스트 동상 등 주요대회에서 입상한 것만 해도 10회에 이른다. 현재 천안시노인사회교육대학과 상명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공간사진동우회 고문과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천안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다.
서울 관훈동에 소재한 갤러리에서 얼마전에 가진 전시회에서는 사진평론가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내심 처녀작을 내고 비평을 기다리는 초조함을 맛봤지만, 전문가들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후한 점수를 줬다.
서울의 어느 사진교수는 우연히 본 후 제자들을 이끌고 다시 오기도 했다. ‘어떻게 봐줄까’에 대한 설레임이 첫 작품전에 있다면, 이번 작품전은 ‘실력에 대한 확인’ 차원의 개인전이기도 했다.
소나무 작품에 있어 ‘소나무는 인간(人間)이다. 따라서 나는 소나무다’라는 철학을 내보이는 이면에는 소나무 예찬론가로서의 그의 눈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소나무는 새 생명이 태어날때 금줄에 그 가지를 끼워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하고 솔잎은 강장제로, 송화는 이질치료제로 쓰였다. 또한 목재는 건축제와 가구재로 활용되며 땔감으로도 이용돼 왔음을 익히 잘 아는 까닭이다.
최건수 사진평론가는 소나무만을 고집해온 그와 작품을 이렇게 정의내렸다.
“인간을 보여주려면 인간을 찍어야 하는데, 소나무를 찍고 인간을 찍었다고 딴청이다. 면벽하고 삶을 안 것과 같으니 이건 완전히 선승의 ‘할’의 경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