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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뜬 ‘천년거북이’

7일 천안거북놀이보존회 창립… 천안 유일의 민속놀이로, 발굴·보존에 앞장설 터

등록일 2010년12월1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거북놀이보존회가 7일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천안거북놀이보존회’가 7일(화) 탄생했다. 김철기 (사)한국전통연희단체총연합회 충청남도지회장은 “천안이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보존회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거북놀이보존회 창립식은 이날 오후 2시 천안박물관에서 열렸다. 지난 몇 년간 지역 풍물굿 단체들은 거북놀이 재현과 보존이라는 난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시행정도 거북놀이 재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 내년 예산에 2000만원을 반영하며 본격적인 추진력을 형성했다. 게다가 금년 ‘제17회 전국 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병천고등학교 학생들이 거북놀이를 재현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도 보존회 결성에 탄력을 주게 됐다.

천안거북놀이보존회 회장은 교육장 경력이 있는 반인충씨를 추대했고, 고문에는 황서규 향토사학자를 앉혔다.

또한 병천고 학생들을 지도해 대통령상을 받은 박찬종씨를 예술감독에 두고 이사로는 석호범·정봉교·황인석·맹남호·임정한·정진교·임양성·이종희·박종건·정희석씨로 채웠다. 일반회원 31명, 청소년회원 38명으로 구성한 보존회는 이로써 정식 구성을 마쳤다.

반인충 보존회장 황서규 고문은 1997년 ‘천안의 거북놀이’를 고증하기도 한 사람.

“거북놀이를 쓴 것은 25년 전으로, 어릴 때부터 봐왔던 기억을 더듬고 어르신들 말씀을 참고해 기록했다”며 “한때 경기도와 충남, 경상남도 등지에서 활발하게 행해졌던 거북놀이는 현재에 이르러 거의 소멸돼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창립식은 60여 명의 내빈과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됐다.

반인충 보존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더이상 지난날의 낡은 사고와 정신으로는 다가오는 창의적 문화국가시대를 이끌어갈 수 없으며, 그 창의성은 바로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에 기초한다”며 “그러한 점에서 천안의 유일한 민속놀이인 거북놀이의 발굴과 보존은 문화적으로 무척 중요한 일이며, 앞으로 보존·전승해서 더욱 흥겨운 민속놀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성무용 천안시장을 대신해 축사에 나선 이성규 시 문화관광과장은 전국적으로 10여개 지역에서 행해져온 거북놀이가 천안에서 재현된 것을 기뻐하며 “현대는 전통문화와 예술자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천안거북놀이 뿐만 아니라 잊혀져 가는 지역 전통예술을 찾아 복원하고 보존·계승하는 일에 더욱 힘쓰겠다”는 고 밝혔다.

창립식이 끝난 후 병천고등학교 학생들과 난장앤판(대표 김철기) 회원들은 야외 초가집과 공연장 일대에서 거북놀이를 선보였으며, 쌀쌀한 날씨에도 50여 관계자들은 관심을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길놀이부터’ 시작되는 거북놀이 

 

다양한 계층들이 중앙에서 춤을 추고, 그 둘레를 악기들과 소고가 돌며 춤판을 벌이는 마당놀이 장면. 농악이 인사가락을 치자 일동이 장승에게 인사하고 고사담을 시작하는 장승굿을 연출하고 있다.

거북놀이는 길놀이부터 시작해 장승굿, 우물굿, 마을판굿, 문굿, 조왕굿, 터주굿, 대청굿, 마당놀이로 막을 내린다.

거북놀이의 길놀이는 놀이를 알리는 목적과 참가해주기를 바라는 권유, 또한 흥을 돋우기 위한 서막적 축제 의미가 담겨있다. 보통 농악대들이 풍악을 울리면서 마을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한다.

장승굿은 연희자 일행이 장승을 중심으로 거북이를 앞에 두고 농악대원과 둥글게 모여 농악이 인사가락을 치면 일동이 장승에게 인사하고 고사담이 시작된다.

우물굿은 물이 맑아야 배탈 없이 건강해진다는 믿음으로, 물이 철철 흘러 넘치기를 용왕님께 기원하는 과정이다.

마을판굿은 마을 넓은 공터에서 거북놀이를 하면서 마을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한편 마을의 잡귀·잡신 등 악귀를 물리치고 마을의 무사와 번영을 기원하는 신앙적 체계에서 시행되는 것이다.

문굿은 불교적 영향이 강한 무속 자체에서 무속과 불교의 복합양상을 보여준다.

문굿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문을 열어서 신을 맞이하는 일이다. 조왕굿은 부엌에서 잡귀·잡신이 물러가도록 성주 조왕님께 축원드리고 아울러 그 집이 재수·대통하도록 빌어준다.

터주굿은 터주가리에 둘러서서 좌우치기를 하며 진행되는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놀다가, 뒤이어 뒤안굿 풀이를 시작한다. 대청굿은 대청 위 대들보에 대주신을 모시는 신주에게 치성을 드리는 것이다.

마지막 마당놀이에 이르러서는 장단을 치며 거북이, 질라잡이, 남생이, 곱추, 머습, 여종, 양반은 중앙에서 춤을 추고 악기들과 소고는 그 둘레를 돌며 춤판을 벌인다.

한참을 추다가 거북이와 남생이, 질라잡이만의 춤판이 벌어진다. 신명나게 추다가 거북이가 집밖으로 어슬렁 나가면 모든 놀이꾼과 치배들은 그 뒤를 따라 또다른 복을 빌어주러 간다.

 

황서규가 말하는 ‘천안거북놀이 유래’
 

고려 8대 현종(1010~1031)때 나라에 가뭄과 흉년이 계속돼 곳곳에서 도둑들의 난동과 행패가 심해지자 임금이 직접 민정을 살피기 위해 각 고을을 순회했다.

그러던 어느날 직산현에서 하루를 기거하게 되었는데, 조정중신들과 지형을 두루 살펴보니 천안군 입장면 구덕리(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신덕리가 되었음) 마을이 마치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 마을 사람들과 거북놀이를 했다.

그랬더니 이듬해에 벼 알이 마치 수수알처럼 풍성하게 여물어 대풍을 이뤘다. 이때부터 마을에서는 매년 추석날을 맞아 거북놀이를 하게 됐다.

거북이가 무병장수하는 것처럼 부락민들이 장수하고 이웃과 화목하면서 향토를 아끼고 가꾸는 애향심을 북돋을 수 있었다.

이 놀이는 부락 공공기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마을의 풍년과 무병장수함을 기원하는 한편 마을의 잡귀와 잡신을 쫓는데 그 뜻이 있었다 한다.

조선 말에는 권세가들이 무자비한 착취로 굶주린 청소년들이 거북놀이를 해서 얻은 떡과 음식으로 배고픔을 달랬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온다.                                                              <김>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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