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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타령축제 ‘수치부풀리기 중독’

황천순 의원‥ 매년 과장수치 지적, 정확한 분석은 발전의 밑거름

등록일 2010년12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10월5일부터 6일간 치른 천안 흥타령축제는 참가팀이 184팀에 이를 정도로, 점차 ‘완성형’에 접근하고 있는 천안의 대표축제이자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천문학적 예산이 수반됐다. 그리고 올해도 예외없이 천안시는 흥타령축제를 치르는데 24억7000만원을 사용했다. 국비 1억5000만원, 도비 7500만원 외에 22억4500만원은 고스란히 시비를 써야 하는 부담 또한 만만찮다. 금년에는 국제팀을 국제민속춤경연대회로 유치하면서 4억원을 책정했고, 흥타령축제의 개최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슈퍼모델선발대회(4억)를 치렀다.

시가 3년째 공주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유기준 교수)에 용역의뢰한 평가보고서는 올해 흥타령축제 관람객을 125만명, 경제유발효과 261억원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를 고지식하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의원들은 저마다 흥타령축제의 성공개최와 노고를 치하했지만, 시의 과장된 자화자찬에는 눈살을 찌푸렸다. 행감장에 나선 이성규 문화관광과장도 “타 지역축제도 다 부풀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정직해서도 문제 아니냐”며 떳떳함을 주장, ‘충분히 과장된 수치’가 도사리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부 의원들은 이 말에 공감하기도 했다.

허수·허수, 허수를 찾아라

뒤쪽으로 보이는 관객들. 메인무대 외에는 사람이 별로 안보인다. 흥타령축제의 허수(虛數)를 짚은 것은 황천순 의원이다. 수치상 오류와 감각을 동원해 과장이 크다는 부분을 지적한 황 의원은 “흥타령축제가 결코 못했다는 게 아니라 올바로 평가하자는 차원”임을 강조했다.

“지난번 총무위 의원들과 함께 안동탈춤 행사장을 다녀왔다. 그때 의원들과 함께 들었던 조언의 핵심은 행사장을 방문한 인원과 외지인방문객수, 경제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제대로 된 다음연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거였다”며 그런데 천안시가 스스로 부풀리면서, 긍정적 성과까지 외면되는 현실을 안타까와했다. 대부분의 동료의원들도 황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다.

황 의원은 먼저 공주대가 행사장 숫자를 세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축제장에 머무르는 평균시간을 고려해 하루 4번 방문객을 체크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축제기간 내내 머무른 관계자들이 상당수였다”고 분석하며 “과장님의 경우도 하루 4번씩 6일간간 체크됐으니 24명으로 계산된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수천명에 이르는 선수단을 비롯해 공무원, 봉사자, 각 프로그램 운영관계자를 1만명으로 보면 24만명이나 보태진 셈이다.

단순한 거리퍼레이드 인원도 20만명으로 잡았다. 황 의원은 “실제 그 정도 관람객이라면 거리퍼레이드 전구간을 가득 메워도 안될 숫자”라며 허수임을 주장했다. 또한 그들을 모두 관람객으로 보는 부분도 과장이 섞였다. 평가보고회에서 거리퍼레이드를 버들육거리에서 삼거리공원으로 돌리자는 의견에 한 축제 메인무대인 고속버스터미널 지점에서 바라본 거리퍼레이드 전경.(거퍼의 첫 행렬이 도착하기 10분 전 분위기) 전문위원은 “성공원칙은 다중집합지역에서 하는 것”이라며 “이를 깨면 (관람객이 없어)실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순수관람객층이 아닌, 평소 지나는 행인이나, 지나면서 힐끔거리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괄적인 관람객으로 보자는 측면이 강하다. 행사관계자의 부담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거리퍼레이드에는 시가 공문을 넣어 동원된 학생들도 상당수. 슈퍼모델선발대회를 4만명으로 계산했지만, 그에 훨씬 못미친 개막식을 3만명으로 잡은 것도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또한 춤경연 예선대회를 천안역, 터미널, 독립기념관 등 다중밀집지역에서 가져 평상시 왕래하는 사람 모두를 관람객으로 둔갑시켰다. 일일이 숫자를 셀 수 없을때의 공식적인 계산법을 동원했다지만, 사정이 이럴진대 실제 얼마의 과장이 이뤄졌는지 용역기관측은 제대로 알까. 지난번 FTA협상으로 인한 서울광장 쇠고기수입반대시위에도 시위를 주관했던 측과 경찰집계가 사뭇 달랐다. 시위측은 80만명으로 집계한데 반해 경찰측은 15만명으로 추산, 그 차이가 5배에서 많게는 8배까지 과장·과소되기도 한 사례가 있다.

흥타령축제에 대한 관람객 숫자가 부풀려졌으니, 경제파급효과도 당연 껑충 뛰어버렸다. 125만명중 거리퍼레이드 등 29만명을 뺀 94만명을 1인 27700여원씩 쓰고 간 것으로 용역기관은 계산했다. 가족단위가 대부분이라면 4인가족이 보통 10만원 이상 쓰고 갔다는 얘기다. 황천순 의원은 이를 지적하며 “외지관광객이 축제장에서 그같이 쓰고 가거나, 인근에서 식사 등으로 쓰고간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용역기관측이 밝히기로는 60% 넘는 관광객이 천안시민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문제삼았다. 실제 기자가 아는 한 가족은 5명의 구성원이 두 번을 방문했지만, 실제 쓴 것은 꼬치와 어묵 등 2만원이 채 안됐다. 춘천이나 전주 등지와는 달리 먹을거리가 딱히 알려지지 않은 천안시내에서 식사나 쇼핑을 하고 돌아갔다고 보는 획일화된 계산법은 더더욱 ‘부풀리기를 위한 셈법’일 뿐이다.

겨우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어 식·음료비 109억원을 비롯해 쇼핑비 62억, 교통비 38억, 유흥비 25억, 숙박비 20억, 기타 7억원을 쓴 것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보고서 결과는 커다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조강석 의원은 평가보고서에 대해 “대단히 미흡하다”며 “의원들이 보는 것과는 너무 상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용역이 잘못된 결과를 주었을때 패널티를 줘야 한다. 시가 (용역기관과)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다. 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외부기관에 의뢰했다는데 과연 정확한 평가냐”고 되물었다.

이성규 문화관광과장은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샘플수를 늘이는 등 막대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앞세우며 “앞으로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미경 의원은 “이제 양적 팽창은 충족된 거 같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일반시민으로서 관람소감을 말한다면 지역에서 나오는 댄스와 전국참가팀 또는 외국팀의 춤 수준이 큰 차이를 못느끼겠더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참가팀의 경우 그 나라 춤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됐으면 좋겠고, 브라질의 삼바춤 등 세계적인 수준을 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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