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년 전인 2004년 11월 말, 류중열(60)씨에 천안은 기회의 땅이었다.
서울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류씨는 보따리를 싸고 아내와 서울을 월담했다. 그리고 ‘하얀눈이 내리네’를 첫작품으로, 천안입성을 화려하게 알렸다. 지역의 후배들이 그를 반겼다. 버들육거리 모퉁이 옛 영화관을 빌려 ‘대학로 예술극장’이란, 그럴듯한 간판도 달았다.
이미 초원에서 뛰놀았던 개구리에게 천안은 하나의 우물이었다. 우물 속에 퐁당 들어온 개구리. 그리고 다시는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6년이란 세월이 화살과 같이 흘렀다. 지금의 류씨는 6년 전과 다른가.
그렇다. 부지런함은 같을지 몰라도, 희망에서만큼은 ‘이상’이라는 높은 곳에서 곤두박질 친 채, 부러진 날개를 되살리지 못했다. “하루 하루 벌어먹고 사는 수밖에 없는 하루살이 삶입니다. 현실에서 연극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특히 지방에서의 연극인이란 가장 극빈한 계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를 열심히 돕던 아내가 못견디고 장성한 아들 곁으로 날아간 지도 3년 여. 류씨만이 텅 빈 들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천안은 연극의 불모지입니다. 민간 소극장이라곤 제가 갖고 있는 이것 하나뿐입니다. 지역에 몇 안되는 전문연극인은 다 빌어먹고 살기 힘듭니다. 천안은 10년 전, 또는 20년 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막입니다.”
그런 사막에 ‘오아시스’가 되겠다고 작심한 6년. 결과적으로는 허송세월이 돼버렸다.
“천안시민 여러분들이, 부족해도 지역연극을 아끼고 사랑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당장 높은 수준의 공연만 찾을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주인이 돼서 지역연극을 육성하고, 전국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멋진 연극환경을 천안에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요즘 바쁘다 해서 겨우 만난 25일(목)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광양 갈 채비를 한다.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뮤지컬 ‘백범 김구’란 극으로 열 번에 걸쳐 군부대순회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또 27일부터는 천안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제2회 천안연극제’를 개최했다. 오는 12월11일까지 여는 천안연극제의 출연작으로는 ‘백범 김구’를 비롯해 뮤지컬 ‘이상의 날개’, 뮤지컬 ‘스트리트 가이즈’, 시극 ‘달빛여인’, 마당극 ‘천안의 노래’ 등이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