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는 12일 관내 농업인 대상으로 식품산업 중장기 발전계획 용역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식품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농업인 단체와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진 것.
천안시가 왜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일단 천안시민에게 고품질 식품을 공급하고, 식품산업과 연계해 농업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 또한 수송 등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최소화해 녹색성장에 기여하며 유통비 절감을 통해 농산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는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시청 중회의실은 농협시지부, 농업경영인연합회, 여성농업인연합회 등 24개 단체에서 180여 명이 참석했다.
용역을 맡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국승용 박사는 천안시 농업구조와 특성,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방안, 식품산업 발전전략과 향후 추진계획 등을 설명했다.
식품산업과 지역농업 연계 열악
천안시 논·밭 경지면적은 1994년 1만8967㏊에서 2008년 1만5350㏊로 줄었다. 같은 기간 천안시 인구는 31만8034명에서 54만7662명으로 급증했으나, 농가인구는 4만5856명에서 3만8733명으로 줄었다.
그같은 변화는 천안시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미곡의 자급률만 열에 아홉 가능할 뿐, 두류나 서류, 채소류는 열에 둘 감당하기 벅차다. 다행이 과실류는 자급률이 200%를 초과하고 있다. 배의 생산비중은 전국 대비 7.4%, 포도는 5.8%로 생산비중이 높은 수준. 이로 볼때 배·포도와 관련, 대외마케팅을 활성화하거나 가공식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계산이다.
천안시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와 관련해선 다소 열악한 수준에 있다.
식품기업의 경우 신송식품, 원할머니보쌈 등 중견식품기업이 관내에 자리잡고 있다. 대량의 원료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중시해 저가의 수입농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전통장류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하는 등 지역농업과의 연계는 잘 돼 있으나, 이용량이 소규모에 그쳐 아쉬움을 주고 있다. 순대는 협회를 결성해 축산물의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등 지역농산물의 활용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양배추 등 주요농산물은 지역에서 연중조달이 곤란해 산지유통인을 통해 조달받고 있다.
입장주조 등 전통주는 아직 판매규모가 작아 지역농산물 이용규모가 미미하나 그마저도 수입농산물을 활용하는 업체가 다수이며, 호두과자 역시 가격경쟁력의 문제로 주로 수입농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식품산업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한 상황에서 농업쪽의 판매망 확보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과실류는 포도즙과 배즙을 내고, 거봉포도의 경우 브랜디로 개발중이다. 체험장과 체험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대전충남양돈농협은 육가공 공장을 통해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축협과 낙협이 독립적으로 외식사업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서도매시장 내에는 시설면적 6121㎡ 규모의 친환경유통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적 구성이 필요할까.
먼저 식품의 생산·보관·유통을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 시설이 효율적으로 가동되기 위한 운영조직을 두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가져야 한다. 식품산업 발전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식품산업 발전위해 과감한 투자 필요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천안시의 식품산업 발전과 관련해 로컬푸드지원센터 설립, 친환경학교급식 확대, 세계민족음식공원 설립, 증류주 공동숙성사업, 농가단위 소규모식품제조업 활성화, 안테나 매장의 효율적 활용, 특산식품연구개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로컬푸드지원센터는 학교·기업급식, 지역소매점, 외식업소의 물류센터 기능을 수행한다. 지역특산물 직판장과 전시관 역할로, 지역에서 생산된 가공식품의 유통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관내 급식시장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은 연간 쌀 4606톤, 채소 3838톤 규모로 추산된다. 또한 천안시에서 급식용 식재료 공급이 가능한 인근 시·군으로는 아산, 예산, 당진, 서산, 태안, 진천, 음성, 평택, 안성 등이 있으며 이들 지역 인구는 약 147만명으로 내다봤다. 로컬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푸드지원센터 입지로, 다양한 종류의 농수축산물 확보를 위해 도매시장을 활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식품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친환경농산물의 학교급식 확대도 필요하지만, 현재 열악한 여건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내 친환경농업은 전체 농가수 및 재배면적 기준 5.4% 수준으로, 친환경 인증 농산물 중 저농약농산물의 생산량이 73%를 차지하고 있다. 저농약 인증이 중단되는 경우 친환경농업기반의 급격한 축소가 예상된다.
그런 기반 속에 대규모 수요처는 전국적 차원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조달하고 있어 지역판로로 활용하기에는 제한적이며, 지역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조도 미흡하다. 학교급식에 활용되기 위해선 품목 구색, 인증 신뢰도, 가격 측면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생산자 조직은 이같은 경쟁력 측면에서 시장대응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 아오모리 사과직판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학교급식 지원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친환경농산물 출하회 조직, 계약재배 확대, 관외 친환경농산물 공급 네트워크 구축, 거점물류시설 확보, 기존 급식업체와의 협력체계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민족음식공원’을 설립해 천안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육성하는 것도 제시됐다.
음식공원에 담을 것은 세계민족음식농장, 세계민족음식 아카데미, 민족음식식당가 등이다. 공원 내에 민족음식의 원료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장과 견학로를 조성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민족음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 필요시설로는 농장과 3층건물 정도의 규모이며, 삼거리공원 내에 설립할 것을 권했다.
증류주 공동숙성사업은 포도와 배의 생산과잉에 의한 가격폭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데 착안했다. 천안시 농작물중 과실류는 유일하게 자급률 100%를 넘어 200%를 초과하고 있으며, 과실류 중에서도 포도와 배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척 높다. 이런 상황에서 증류주 공동숙성사업은 천안시 과수농가들의 경영 안정화에 큰 보탬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경제연구원은 농가단위 소규모 식품제조업도 활성화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다양한 가공식품을 확보해 풍부한 식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농가단위 가공식품 제조지원조례도 제정하고, 농가 가공식품 창업보육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노력을 경주하며, 천안시 농특산물을 전국에 홍보할 수 있는 ‘안테나 매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재 상설화된 지역 내 특산물 전문매장이 없고, 천안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특산물을 전국의 소비자에게 홍보할 수 있는 매장 또한 없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예로 일본의 대표적인 사과주산지, 아오모리 지역은 역 인근에 사과전문직판장을 설치해 외지방문객에게 사과와 사과가공식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특산식품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연구개발의 상설체계를 위해서는 농업기술센터 중심의 실용화 기술개발과 연구인력 확충,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