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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도록 푸른 꽃 ‘용담’

이종희의 야생화이야기, 11월

등록일 2010년11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종희(50)씨는 천안 바위솔야생화동우회(회장 이현복)의 고문이자, 신방동 들녘에서 야생화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야생화 마니아다. 야생화의 대중화보급에 앞장선 지 10여 년. 그의 식물원에는 야생화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의: ☎011-9821-4293

 

울긋불긋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가며 등산객에 손짓하는 요즈음, 산행을 하다보면 간혹 숲속에서 강한 푸른색이 도는 자색의 꽃을 보게 된다. 그 색감이 얼마나 강하고 또 윤택이 나는지 마치 청동 같은 금속으로 만든 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쩌면 낙엽이 떨어지는 이 늦가을의 스산한 밤을 환하게 밝혀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용담꽃이다.

초룡담, 과남풀, 관음풀, 백근초, 담초, 고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이름인 용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30~60cm의 가는 줄기가 뻗고 두 개의 잎기부가 만나 줄기를 감싸고 있고 10월 경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몇 송이씩 모여 핀다. 그 가는 줄기에 어울리지 않게 크고 실한 꽃이다.

꽃은 통꽃이지만 꽃부리는 5갈래로 갈라지고 갈라진 사이에 조그만 돌기가 있다. 열매는 삭과로 익는다. 햇볕이 있으면 꽃잎을 활짝 여는데 밤에는 꽉 닫아 버린다.

뿌리도 가는 줄기에 비해서 굵은데, 맛이 그 쓰디 쓰다는 곰의 쓸개보다 더하다 하여 곰보다 더 높은 용을 붙여 용담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여졌다.

뿌리는 가을철에 그늘에 말려 약재로 쓰는데 그 성질이 쓰고 매우 차서 열을 내리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을 해 류머티스 관절염에 쓴다.

간에 열이 성할 때 열을 내리는 작용이 탁월하고 뿌리를 달인 물은 항암효과와 진통작용도 한다. 또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건위제, 이뇨제로 쓰이기도 한다. 결국 약효 또한 웅담 못지 않아 한방에서는 여러 가지 병에 쓰이는 아주 유용한 약재인 것이다.

쓴 게 약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고 큰소리 치는 대표적인 식물이지만 정원 한구석에 심어 놓으면 이 늦가을에 예쁜 꽃을 피운다. 반 그늘지고 조금은 축축하지만 배수가 잘되는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산용담, 수염용담, 칼잎용담, 비로용담 등 여러 종류가 있고 드물게는 흰용담도 있다. 봄에 양지 쪽 무덤가에서 흔히 보는 구술붕이 종류도 용담과에 속한다.

경상도 지방에서 전해지는 전설이다.아주 옛날에 깊은 위장병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앓아누운 채 자꾸만 말라가는 어머니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던 나무꾼이 있었다.

추운 겨울에 어머니께 따뜻하게 지내시게나 해드리려고 나무를 하러 산에 갔는데 산토끼 한 마리가 자꾸만 풀을 캐는 시늉을 하기에 그 곳에 가보니 가는 줄기가 말라있는 풀이 있더란다. 아무래도 산신령이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알고 보내주신 약초가 아닌가 하여 캐다가 어머니께 달여 드렸더니 신기하게도 위장병이 나아 건강하게 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신령께서 주신 약초다 하여 용담이라 이름 짓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약초임엔 틀림없다.

꽃말은 ‘정의’,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인데 후자는 아마도 용담꽃의 그 푸르른 색감이 서럽도록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일 것 같다.

산에서 용담을 만나면 그 꽃말을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러면 당신의 가슴에도 묘한 파문이 일렁이는 게 느껴질 것이니….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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