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필병(59)은 남태희와 함께 천안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한달에 기십만원도 못받는 생활에도 연극이 좋다고 천안과 서울 대학로를 오가길 수십년. 그래도 연극을 하면서 얻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나이로도 충남 전역에서 현직 연극배우로는 ‘최고 어른’. 지방에서 평생 연극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럼에도 아직 열정이 있어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3년 임기의 한국연극협회 천안지부장을 맡았다.
채 지부장은 극단 날개 대표로, 작품 ‘신의 아그네스’의 청양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에도 무대에 올렸던 작품이지만, 두명의 주역배우가 바뀌어 신경쓰이기는 매한가지. 그러면서도 내년 협회일을 설계하느라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천안연극문화를 대표하면서도 최근 천안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워요. 지역연극계가 성장하길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데 말이죠.”
생계고 해결도 못하는 건 둘째 치고, 좋은 작품을 위해 주머니에서 꺼낼 돈이라도 있었으면….
“자매결연도시를 찾아 연극교류도 하고 싶고, 내년에는 전국연극제에도 나가고 싶습니다. 작품은 ‘운초 김부용’이라든가 ‘담헌 홍대용’ 등 천안역사와 관련된 소재를 택해서 하고 싶고요. 천안시가 매달 여는 ‘천원의 콘서트’를 한번쯤은 천안연극인들이 꾸미는 무대로도 만들고 싶습니다.”
채 지부장은 천안연극인들이 매년 만드는 몇몇 작품들이 일회성으로 끝이 나는 것은 매우 애석하다. 일부 지원만 있다면 천안 곳곳에서 관객과 호응하는 재미있는 연극무대를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현재 천안연극협회는 정회원 22명과 준회원 10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문배우라고 해봤자 나(채필병)와 남태희, 임진수, 이무영, 석애영, 최문복 6명 뿐. 그나마 이들이 있기에 천안연극이 맥을 잇고 있다.
“시 지원을 바라고는 있지만, 우리 연극인들의 자세 또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역소재를 찾고, 수준을 높이고, 그래서 천안연극인이란 자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성화에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