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69) 천안역사문화연구실장의 ‘태극기 사랑’이 유별나다.
외국 한인교회나 기관 등에 볼 일이 있을때면 습관처럼 확인하는 것이 바로 태극기다. “한인교회에서 우리나라 태극기가 없다면 잘못된 겁니다.” 현재 살고 있는 나라와 태어난 나라는 모두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태극기가 없다는 것을 알면 그는 언제나처럼 “한국에 돌아가면 제가 선물해 보내겠습니다” 한다. 물론 왜 태극기가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을 우선한다. 그는 올해 들어서도 미국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서너군데에 정중히 태극기를 선물했다.
지저분한 태극기를 빨아서 다시 써도 되는지도 백방으로 알아봤다. “전에는 그게 안됐어요. 염색이 잘 안된 문제도 있었고, 소중히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죠. 그런데 요즘은 상관없다는 겁니다.”
그가 1969년 회장을 맡게 된 천안청년회의소의 창립기념사업도 ‘태극기 꽂이사업’이었다. “당시 대흥로에 100개의 태극기꽂이를 세우고 200개의 태극기를 게양했죠.”
천안박물관 대형태극기 ‘보기좋아’
그런 그가 요즘 태극기 때문에 잔뜩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10월은 경축일과 기념일이 집중돼 있는 시기로, 천안시는 이 지역이 ‘민족정기의 요람’임을 내세우며 태극기달기 운동을 펼쳤다.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을 맞아 1일부터 10일까지 주요도로변에 가로기 1만1000여개를 게양했다. 시는 ‘축제기간 외지관광객에게 범시민운동으로 추진해온 태극기달기운동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어느날 김 실장이 거리를 걷다보니 국기게양대에 태극기가 없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국기게양대를 자세히 살펴보니 태극기가 꽂혀있지 않은 것은 물론, 게양대가 파손됐거나 지저분한 태극기가 있음을 발견한 것.
“내가 파악하기로는 기꽂이 4036개에, 태극기가 꽂혀있는 것은 3237개밖에 안돼요. 태극기가 더럽다거나 깃대가 부러져 문제가 되는 것들을 수거하니 30여 개나 되더군요.”
그는 사무실 한켠에 세워놓은 불량 태극기를 가리키며 보관관리실태가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국기꽂이일에 차량비와 함께 인건비도 지원했는데, 지금은 인건비가 없어졌더군요. 공무원이 매달리는 것도 관리업무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일일이 현장을 다니며 알게 된 기꽂이 문제점에 대해 몇가지 소견을 달았다. 우선 국기꽂이시설점검 책임업체를 둘 것과 오염된 국기 교체, 재활용불가 태극기 소각, 일부 다른 기꽂이길이 통일 등을 언급.
제안도 했다. “큰 건물과 넓은 광장에는 그에 어울리는 크기의 게양대에 국기가 게양돼야 합니다. 천안박물관에 설치한 대형태극기나 흥타령축제기간 공연장 앞에 참가국들의 국기게양은 보기가 참 좋습니다.” 욕심같아서는 천안삼거리 육교에 6·25참전 16개국과 인도지원국 5개 국기가 게양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낸다.
“미국은 성조기 사랑이 대단합니다. 건물 또는 공간마다, 심지어 고속도로변에서도 대형기꽂이에 대형성조기가 나부낍니다. 태극기를 소중하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방곡곡 게양해 펄럭이게 해야 합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