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의회들에 ‘관광성 외유’ 시비가 들끓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그랜드캐니언, 요세미티국립공원 등 관광일색이거나, 벤치마킹을 내세우면서도 은근슬쩍 관광지 방문을 끼워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시 시의원들도 9월29일부터 10월1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출장을 다녀왔다. 의회가 내보인 일정들은 대체로 선진지 견학에 충실한 모양새. 하지만 ‘무더기 여행’의 문제점은 이번에도 안고 갔다.
의회도 단체행동의 무력감을 알고 있는지, 분담을 통해 책임감을 부여했다. 예로 산건위는 의원들이 각각 경전철 운영문제점이나 지방공기업 운영실태, 도매시장 활용실태를 나눠맡았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어차피 몰려다니는 여행이어서, 책임감을 가진 의원들 외에는 본연의 일에 무관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인 의원과 건성건성 하는 의원이 구분될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는 최소인원으로 과제를 푸는 해외출장이 바람직하다.
개원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서둘러 해외출장을 가냐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 사무국은 ‘앞으로 현장방문이나 행정사무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으로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매년 180만원씩 국외출장비를 쓸 수 있도록 돼있는 상황에서 지금 아니면 올해 안에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 해를 넘기면 예산은 쓸 수 없게 된다. 의정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 꼭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에 앞서 ‘공돈은 써야된다’는 통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같은 동선으로 움직인 두 팀
총무복지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2일동안 서로 다른 곳을 견학했지만 첫날과 마지막날은 함께 움직였다.
천안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한 총무위 일행은 28일 첫날 마쯔리에서 ‘오오쿠니타마신사 밤축제’ 한가지만을 소화했다. 둘째날인 29일에는 동경의 에도구보건소와 하루미 노인홈센터를 견학했다. 30일에는 교토로 이동해 오므론 교토태양(주)을 견학하고, 다시 오사카로 이동해 (주)마루와 급식을 둘러봤다. (주)마루와는 병원이나 회사에 위탁급식하는 업체로 급식정책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마지막 날에는 오사카 키즈(농산물) 도매시장을 견학하고 백제인이 지은 일본 최초의 절인 ‘사천왕사’를 관람했다.
산건위는 첫째날과 마지막날 총무위와 함께 했고, 나머지 2일간도 같은 지역 내에 있으면서 둘러보는 곳만 달랐다. 29일에는 도쿄 토네리라이너선을 시승, 닛포리에서 토네리지구 구간을 체험했다. 신바시역에서 아오우미역까지 유리카모메도 타봤다. 의원들은 경전철 탑승·체험을 통해 운영방법, 경제성, 노선특징, 비상시 승객방안, 운영시 문제점 등을 알아봤다. 우에노 동물원 견학까지 마친 후 호텔로 향했다.
30일에는 오사카수도국에서 운영하는 ‘오사카 북부 물미래센터’를 방문했다. 이날은 물미래센터 하나만 공식일정으로 소화한 후 나머지 시간은 신사이바시 도톰보리를 관람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산건위는 이번 일본출장을 통해 친환경적 미래교통시스템인 경전철을 벤치마킹해 향후 추진되는 천안 경전철 도입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천안시 지방공기업 설립을 앞두고 일본 지방공기업의 성공과 실패사례 등을 살펴본다는 취지다.
한편 총무복지위원회는 도병국·황천순·전종한·조강석·정도희·장기수·심상진·김미경·이숙이 의원과 최훈규·김건호 사무국직원, 그리고 나선심 시청직원이 함께 했다. 산업건설위원회는 김영수·김영숙·신용일·유제국·최민기·주명식·김병학·안상국·주일원 의원과 박상옥·권희전 사무국직원, 그리고 김주덕 시청직원이 팀을 이뤘다. 이들 24명이 쓴 출장경비는 모두 4570만원으로, 이중 168만원이 자부담으로 들어갔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