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50)씨는 천안 바위솔야생화동우회(회장 이현복)의 고문이자, 신방동 들녘에서 야생화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야생화 마니아다. 야생화의 대중화보급에 앞장선지 10여 년. 그의 식물원에는 야생화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의: ☎011-9821-4293
넘실대는 황금들녘을 거닐며 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의 속삭임을 듣다보면 발 아래에서 떼거리로 손짓하는 작은 꽃들이 가슴에 들어온다. 습한 곳을 좋아해 냇가나 둑 아래에 군락지를 이루며 피는 여뀌꽃이다.
빨갛고 하얀 꽃이 한군데 모여 피는데, 그 종류도 버들여뀌, 세뿔여뀌, 바늘여뀌, 끈끈이여뀌, 바보여뀌, 기생여뀌, 미꾸리낚시, 며느리밑씻개 등 30종이 넘는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는 13가지 정도다. 중국에서는 여뀌를 료라 하는데 그 사는 곳에 따라 자료, 적료, 청료, 향료, 마료, 수료, 목료 등 7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마디풀과의 한해살이 풀인데 번식력이 강해서 농촌에서는 잡초로 꽤나 구박받지만 냇물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뛰어난 능력이 있는 여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어렸을 때는 물고기를 잡는데도 사용했다. 여뀌를 마구 짓찧어 고인 물에 풀면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리며 물위로 떠오른다. 여뀌에는 물고기 아가미를 마비시키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종은 쌉쌀하고 약간 매운 맛이 난다.
옛 기록에 보면 통돼지 뱃속에 여뀌잎을 채우고 삶아낸 고기를 씀바귀잎에 싸먹는다고도 하고(여뀌의 쌉쌀하고 톡 쏘는 향이 돼지고기의 특유 냄새를 없애는 모양임), 초봄에 여뀌씨를 바가지에 담고 물을 뿌리면서 따뜻하게 해주면 붉은 싹이 돋아나는데 이것으로 나물을 해서 먹었다고도 한다.
일본에서도 씨로 싹을 낸 여뀌를 생선요리에 쓰고 생선회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는데 중요한 것은 독성이 예사롭지 않아서 쓰면 양기가 상하고 가슴이 아프며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산부가 먹으면 매우 위험하다고 하니 눈으로만 즐기는 게 좋겠다.
약재로 쓸 때는 꽃이 필 때 채취하고 열매는 가을에 따서 말린다.
지혈성분이 있어 자궁출혈, 치질출혈, 그밖에도 내출혈에 사용하고 타닌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항균작용이 뛰어나며 특이하게 휘발성의 정유성분이 있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내려주고 소장과 자궁의 긴장도를 강화시키기도 하니 이로운 약효도 만만치가 않다.
뱀에 물리거나 독충에 쏘였을때 생즙을 내 바르고 기생충구제에도 효과가 있지만 다시 말하지만 워낙 독성이 많은 식물이라 조심을 하는 게 좋다. 먹을 수 있는 여뀌는 버들여뀌 같이 대체로 입이 작고 좁은 것들이다.
꽃은 6월부터 조금씩 피기 시작하는데 요즘이 최고의 절정기이다.
워낙 흔하고 종류도 많은 종이라 그런지 꽃말은 찾아 볼 수가 없는데, 열매가 푸르딩딩하고 잎 중간에 잎줄기와 붙어있는 부분이 푹 패어 보기 싫은 며느리 배꼽과 같다하여 붙여진 며느리배꼽이나 줄기에 가시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며느리밑씻개 같은 종이 있으니 ‘고부간의 갈등’이나 아니면 역으로 ‘고부간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것도 맘에 안 든다면 미꾸리낚시같은 종도 있으니 ‘추어탕을 먹으러 가자’라는 재미있는 꽃말은 또 어떤가? 그래서 올여름의 유난스런 더위에 지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추어탕 한 그릇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