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두정동 모 아파트 놀이터에서 발견된 네살박이 ‘시츄’.
깜깜한 한밤중. 개 한 마리가 조심스레 음식점을 찾는다. 몹시 경계하는 눈빛이다. 음식물이 담긴 통을 발견해내곤, 바로 고개를 들이밀지 않는다. 배는 훌쭉하고 몸집은 뼈대만 앙상하다. 그나마 털갈이가 안된 상태여서 다행이다. 10여분 뜸들이더니 뼈다귀 하나를 물고 냅다 줄행랑친다.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개의 처량한 인생사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사람들에게 학대받은 개는 한쪽 다리까지 깊은 상처를 입고 절뚝거린다. 불쌍하다, 가련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결국 무대의 주인공이 된 개는 연출자에 의해 새로운 삶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그같은 기회를 얻는 유기견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유기견은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이 현실이다.
유기견·유기묘 ‘올해 시예산 900마리 책정’
<유기견 관련 예산 책정표/ 마리당 16만5000원>
-포획/ 안전관리사 노임단가, 소요시간, 유류비/ 3만5000원
-10일 고시기간 보호관리비/ 1일 5078원
-안락사 작업비/ 2만5000원
-폐기물처리비/ ㎏당 5000원
-예방접종/ 1만원
-치료비/ 마리당 지원예산 총액 미만에서 사용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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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도 유기견이 늘고 있다. 사람들의 신고로 붙잡히는 유기견은 2008년 400마리에서 2009년 490마리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9월15일까지 550마리로, 연말까지 600마리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증가추세를 반영해 천안시는 적정예산을 책정해놓고 있다. 올해같은 경우 시는 유기견과 유기묘(유기견의 30% 정도 발생) 처리예산을 900마리분 확보해 놓고 있다.
유기견이 증가하는 이유는 딱히 모른다. 시 담당자는 “이미 버려진 후에 처리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왜 버려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 다만 일반적인 유기원인을 점치고 있을 뿐이다. “애완동물 키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게 문제될 소지가 커요. 막상 키워보니 돈도 많이 들고, 목욕시키거나 대소변을 치워야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 게다가 특유의 냄새와 외출·외박시의 불편함도 개를 버리는 이유”란다. 이외에도 딸이 시집가면서, 또는 아이가 키우기 싫어해서 버리는 경우도 있다.
발견된 유기견은 일정한 절차를 밟는다. 시가 위탁운영하는 동물병원(성환 한샘동물병원·원장 한명현)에서 일단 유기견의 상태를 점검·치료하고 10일간 주인을 찾는 고시를 한다. 그래도 나타나지 않으면 새롭게 분양하거나 안락사시킨다.
유기견이 원래 주인을 만나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2008년에는 유기견 400마리 중 30마리가, 2009년에는 490마리 중 52마리만이 주인에게 돌아갔다. 유기견은 오히려 새주인을 만나기가 쉽다. 2008년에는 110마리, 2009년 158마리, 그리고 올해 4월까지 88마리가 새 인연을 찾았다. 평균 25%~30%가 새주인을 만나는 셈이다.
문제는 안락사되는 유기견인데, 그 수가 절반을 훨씬 넘어선다. 2008년에는 260마리가, 2009년에는 무려 274마리가 안락사, 이른바 강제죽음을 맞았다.
안락사는 동물병원에서도 꺼려하는 작업. 현재 동물병원의 경우 가급적 새주인을 만날 수 있는 유기견이라 판단되면 고시 10일에 관계없이 한달도 보호하고 있다. 시 예산은 고시기간 뿐으로, 신고에 의한 출동포획·치료·고시기간 보호·안락사·폐기처분 등에 드는 비용은 1마리당 16만5000원으로 책정해놓고 있다. 물론 단계를 다 밟기 전에 처리될 경우 그만큼만의 비용이 지출된다.
분양을 늘릴 수 있는가
이쁜 애완견들이 여러 사정으로 유기견이 되고 있다.
애석하기는, 천안 관내 유기견을 위한 시민단체나 동물농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은 개인이나 단체가 유기견을 키우고 분양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예산상의 문제로 정부나 지자체가 엄두도 못내는 일을 민간차원에서 해내고 있는 것.
주인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유기견이 너무도 쉽게 안락사되는 현실을 개선하는 길은 없을까.
단순하게는 분양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은 무료분양하는 체계로, 유기견의 상태도 좋고 취향에 맞게 다양하다. 늙고 병들어서, 또는 깊은 마음병을 앓는 개만을 버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기견에 대한 홍보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시 농축산과 양현근 담당자는 “자칫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분양이 자유로워지면 상술이 난무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분양받겠다는 허울 속엔 속칭 ‘개장수’들이 많으며, 그 외로는 유기견을 값비싼 애완견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이해타산이 달려든다는 것. 이런 이유로 덩치가 크거나 분양이 어려워 보이는 유기견은 고시기간 후 곧바로 안락사시키는 실정이다. 결국 홍보를 안하는 것이 오히려 유기견을 보호하는 역설이 가능하다.
양현근씨는 “하루 빨리 천안 관내에서도 동물애호가 등이 유기견과 관련된 분양업무를 다뤄주든가, 유기견 동물농장이 꿈인 독지가를 만나는 일”이 오기를 희망했다.
천안에 동물애호협회가 없는 것도 아쉬움이 크다. 한명의 행정인력이 여러 잡무 중 하나로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 동물애호가들의 다양한 활동과 자원봉사의 협조 속에서 유기견이 안락사되지 않고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예로 매스컴 등을 통해 분양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얄팍한 상술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차단할 수 있는 걸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 유기견에 대한 시행정과 지역사회의 관심과, 그로 인한 다양한 정책이 모색돼야 한다.
<김학수 기자>
유기묘 ‘개체수 증가, 신고는 적어’
유기견 못지 않게 주인 없는 고양이(유기묘)들의 처리가 심각하다. 개에 비해 크기가 작고 날렵한 것은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데 강점으로 작용한다. 일명 ‘도둑고양이’로 불리는 고양이들의 거리활보에 시민들이 느끼는 혐오감이나 위협감도 적다. 각종 음식물쓰레기는 그들의 풍부한 먹잇감. 그에 따라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는 현실이다.
유기견에 비해 유기묘가 훨씬 많지만 시민들의 신고수는 정반대다. 이런 이유로 2007년 133마리였던 유기묘가 2008년 144마리, 2009년 165마리, 2010년에는 6월까지 집계가 69마리로 유지되고 있다.
대신 붙잡힌 고양이는 대부분 안락사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의 경우 237마리 중 111마리를, 2008년과 2009년에도 절반 넘게 안락사시켰다. 입양된 유기묘는 매년 20마리 안팎이며, 주인찾아 반환된 유기묘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단 한마리 뿐이다.
유기묘는 일정한 생활터를 갖고 있어, 개체수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중성화시키기도 한다. 마리당 수술비는 15만원에서 20만원 사이. 하지만 정확한 검증과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고, 문제도 심각하지 않아 천안은 중성화수술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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