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당원형육교가 8일 제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 7월 착공해 14개월이 걸렸다.
일반육교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사업비 68억원이 든 불당원형육교는 길이 206m, 폭 4m인 사장교 형식. 육교 본체는 간결하고 세련된 미관을 자랑한다. 특히 여러 가지 색으로 무장한 LED 조명은 야간의 도시전경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시는 불당보도육교 설치로 시민의 안전통행은 물론 멋진 육교야경으로 천안의 새로운 랜드마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계단은…’
불당원형육교는 기존육교와 크게 다르다.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니라, 기능면에서도 중점을 달리 했다. 기존육교는 단순히 오르내리는 계단과 도로를 가로지르는 평면대가 전부였다. 그런 의미에서 육교를 떠올릴때 수십개의 계단을 먼저 기억한다. 육교와 계단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불당원형육교는 네 지점 모두 계단이 없다. 대신 엘리베이터와 긴 경사로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 보행약자가 주로 이용하는 통로이며, 경사로는 건강한 비장애인이나 자전거나 유모차 등이 이용하는 용도다.
계획 당시에는 버젓이 계단이 있었지만 경사로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현실에 있어 설치되는 경사로는 장애인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것.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배를 법적으로 규정해놓고 있지만, 장애인측은 행정편의적 발상일 뿐으로 매도했다. 그들의 현실적인 주장은 ‘엘리베이터’를 두는 것.
거센 불만에 천안시가 손을 들었다. 처음 계획을 바꿨다. 엘리베이터를 두는 대신, 계단을 없애기로 한 것. 계단과 경사로, 거기다 엘리베이터까지 두는 것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어울리지만, 시는 ‘엘리베이터와 경사로’를 택했다. 경사로가 문제였지만 계단이 희생된 것.
천안시는 일단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부득이한 사고나 노후화로 인한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계단이 아닌 경사로가 있어 자전거나 휄체어 이용 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용객들이 계단 없는 육교에 만족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