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장균이 검출된 태조산 약수터 풍경.
도심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돈보다 건강한 삶이 행복하다는 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현대에서 산은 인간에게 건강을 제공하는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땀을 흠뻑 흘린 뒤 시원한 약수물 한 바가지는 꿀물과도 같다. 산을 타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 ‘약수터’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약수터. 그런 약수터가 관리소홀 등으로 폐쇄됐을때 느끼는 허탈감과 짜증은 심신을 해치기도 한다.
적합과 부적합 ‘반반의 확률’
천안시가 관리중인 관내 태조산·일봉산·청수공원 약수터가 최근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몇가지 수질검사 항목을 통과했지만 ‘대장균 검출’에서 걸려든 것이다.
시는 약수터를 폐쇄하고 물탱크 등을 청소한 뒤 재차 수질검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태조산 약수터는 또다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천안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관내 약수터의 ‘대장균 검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다. 한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가 다시 수질검사를 받기까지는 일주일에서 10일가량 소요된다. 어느 약수터는 서너번 계속되는 부적합 판정으로 한달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봄·가을과 겨울은 물을 안마셔도 참을 수 있다지만 뙤약볕 드는 한여름 약수터의 폐쇄는 이용객들에게 고통을 안겨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관내 약수터 22개소에 대한 ‘대장균 검출’의 심각성은 2007년과 비교해볼때 적나라하다.
2007년에는 전체 약수터에 대해 96번의 적합판정을 받은 반면 부적합은 15회에 그쳤다. 2008년과 2009년에 들어서 부적합은 40회에 가깝게 늘어나더니, 올해는 적합 44회, 부적합 44회로 동률을 이뤘다. 2007년과 비교해 부적합이 6배 늘어난 것이다.
예로 2007년 태학산 약수터는 적합 6회에 부적합 1회였다. 하지만 올해 적합은 3번뿐인데 반해 부적합은 4회를 찍었다. 흑성산 약수터는 4회 적합에 부적합이 없었는데 올해는 1회 적합에 3회 부적합으로 나타났다. 대장균 검출에서 제일 성과가 좋은 곳으로는 발산약수와 요방약수를 들 수 있다. 발산약수는 2007년부터 모두 21회 수질검사 결과 2009년에만 2회 부적합을 받았을 뿐이다. 올해 3번의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통과했다. 요방약수는 전체 약수터 중 유일하게 ‘퍼펙트’ 기록을 세우고 있다. 2007년 6회, 2008년 6회, 2009년 6회, 그리고 2010년 3회 검사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올해 검사를 받은 19곳 중 이들 2곳 말고는 1회에서 많게는 4회까지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 대장균이 검출된 안서(태조산)공원 약수터는 들쭉날쭉. 2007년 1회 적합에 5회 부적합을 나타냈던 안서약수터는 2008년 2회 적합, 2009년 3회 적합에 1회 부적합, 그리고 올해 3회 적합에 4회 부적합을 보이고 있다.
시행정담당자들 ‘근본해결책 모색’ 의지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30곳의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정수기 실험결과 2곳 외에는 모두 대장균을 비롯한 일반세균이 검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방송은 일반가정집 10곳도 조사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지저분한 약수터바가지
대장균 검출 자체가 심각성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로 인한 약수터 폐쇄로 많은 이용객들이 일정기간 물을 먹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어떤 원인으로 대장균이 검출될까. 조대형 수도사업소 수질검사팀장은 약수물이 대부분 ‘지표수’라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지표수는 땅 위를 흐르는 물로, 대장균 검출이 대부분 여름철에 발생하는 것은 비가 많이 내리면서 약수물이 오염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대장균이 검출된 약수터는 물탱크를 비롯해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후의 수질검사에서 합격받는 예가 많다. 어느 부분에서 대장균이 약수물로 침투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이곳 저곳 손대다 보면 어느덧 문제가 해결되는 수순이 반복되는 현실이다.
지표수가 대장균 검출에 취약하다는 입장은 ‘지하수’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근거없는 견해가 돼버렸다. 공원산림과에서 관리하는 3곳 청수공원·안서(태조산)공원·일봉공원의 약수물은 모두 지하수. 그러나 이곳에서도 예외없이 대장균은 검출되고 있었다. 발생빈도도 지표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창희 산림공원과 공원관리팀장도 이같은 문제를 명쾌히 해명하지 못했다. “산 중턱에 설치되는 지하수 약수터는 아무데서나 깨끗하면서도 풍부한 물의 양을 얻기 힘들다. 이 때문에 밑에서 지하수를 판 후 약수터로 물을 이동시키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염되기도 할 것 같다”고 추정했다. 물론 청수공원의 경우 3년 전쯤 다섯 번을 뚫어 겨우 지하수물을 얻었고, 그 깊이도 150m쯤으로 기억하는 이 팀장은 “지하수를 깊이 팠다고 해서 오염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예전에 비해 갈수록 지하수가 고갈돼 가는 추세에서 향후 풍부한 약수물을 얻기가 힘들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지금까지처럼 관리하는 방식에서 이젠 좀 더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봐야 할 때”임을 밝히며, 약수터에 설치된 물바가지의 청결문제를 비롯해 시민에게 다가가는 약수터 관리운영방안을 강구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관내 22개소중 16개소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대진 수도사업소 지하수관리팀장도 어떤 경로로 여름철 대장균 검출에 노출되는지 아직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먹는 약수물의 안전이용을 위해 분기별 1회와 하절기엔 매월 수질검사를 통해 안전유무를 확인하기만 할 뿐이다. “주민들의 이용이 높아가고 있음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느낀다”는 김 팀장은 “지금부터라도 여름철 대장균 검출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는지를 찾아 원천봉쇄하는 숙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관내 약수터에 대해 이같은 시행정의 적극적 개선의지가 향후 이용객들의 편의에 얼마나 부응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