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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꽃 ‘사위질빵’

<이종희의 야생화이야기>

등록일 2010년09월0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종희(50)씨는 천안 바위솔야생화동우회(회장 이현복)의 고문이자, 신방동 들녘에서 야생화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야생화 마니아다. 야생화의 대중화보급에 앞장선지 10여 년. 그의 식물원에는 야생화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의: ☎011-9821-4293

 

 

풀벌레들의 감미로운 합창소리가 더위를 식혀주는 요즘, 작은 나뭇가지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을 흔히 보게 된다. 미색에 가까운 흰색이라 조금은 오염된 것 같지만 영락없이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어렸을 때 꽃 이름도 모르면서 너무 예뻐 집안의 앵두나무 밑에 심어 기르기도 했는데, ‘사위질빵’이라 하는 우스꽝스런 이름을 갖고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로, 풀처럼 보이지만 겨울에도 줄기가 살아있는 엄연한 목본의 덩굴식물이다. 전국 각지의 숲 가장자리나 냇가에서 자라며, 8~9월이면 네모난 덩굴줄기에서 수많은 꽃봉오리가 나와 무더기로 우르르 핀다. 가까이서 보면 꽃술이 길어서 아주 화사하게 보인다. 백근초, 여위, 위령선, 근엽철선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역시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이 우리 정서에 맞아서인지 정이 간다.

봄에 묵나물로 해서 먹기도 하는데 독성이 강해 새순을 따서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데친 후에 햇빛에 바짝 말려서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냥 먹게 되면 입안이 붓고 구토·설사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방에서는 여위, 또는 산복통이라 하여 몸 안의 풍습을 내보내고 경락을 잘 통하게 하여 뱃속의 냉기로 인해 생긴 체기, 가슴에 있는 담수, 방광에 고인 고름을 없애는데 쓴다.

굵은 줄기 겉껍질을 깨끗하게 제거한 다음에 잘게 썰어 말렸다가 주전자에 넣고 팔팔 끓여 내면 여위차가 되는데 구수한 맛에 매운 맛이 살짝 가미된 독특한 약차로 신경통, 관절염에 도움이 된다. 그 여위차를 진하게 달여 통증이 심한 부위에 자주 발라줘도 효과가 있으나 독성이 강해 많은 양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위질빵이라는, 조금은 해학적이기도 한 이름의 유래는 옛날에 허약한 사위가 지게를 지고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운 장모가 지게의 멜빵끈이 쉽게 끊어져서 그 멜빵끈을 고치는 동안만이라도 쉬게 하려고 질기지 않은 사위질빵 덩굴로 지게 멜빵을 만들어 주었다고도 하고, 결혼한 신랑이 처갓집에 가게 되면 동네 사람들이 사위의 힘이 센가를 시험하고 또 놀리기도 하려고 지게에 무거운 짐을 올려놓고 일정시간을 걸어 다니게 했는데 장모가 미리 사위질빵 덩굴로 지게 멜빵을 매놓아 사위가 지게를 지고 몇 걸음 안 가 끊어지게 해서 생긴 이름이라는데 어떻든 장모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이름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꽃말은 비웃음이다. 아마도 그런 장모의 따뜻한 사랑을 모르는 서양에서 나온 꽃말이 아닐까?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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