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천안의 새 특작물로 큰 기대를 갖게 했던 ‘천안복숭아’ 재배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천안복숭아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북면특산물’로서 시도가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궁금증이 크다.
수확기를 앞둔 복숭아가 봉지 속에서 탐스러운 과실을 뽐내고 있다.(8월중순경부터 수확이 가능.)
‘우루과이라운드’ 섣부른 우려 극복못해
북면지역을 돌면서 예전에 심었던 복숭아 묘목들이 온데간데 없어진 들판을 보기가 십상이다. 당시 송석우씨가 면장으로 부임하며 ‘지역특산물’을 키워보자는 의욕이 강했다. 숱한 고민 끝에 북면의 기후조건에 복숭아가 제격인 것을 알았다. 그들은 북면 기후를 복숭아 재배지로 이름난 음성 감곡의 기온처럼 일교차가 크다는데 관심을 가졌다. 이후 복숭아 재배를 해보겠다고 나선 이들은 33인, 우연하게도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숫자와도 같다.
당시 33인의 농가는 자신들의 밭에 복숭아 묘목을 양껏 심었다. 평균적으로 1000평 정도를 심었지만, 많이 심은 농가는 3000평까지도 묘목에게 길을 내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2·3년 후 발생했다. 대부분 고령자들이 나서다 보니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의욕과 몸이 못따랐다. 복숭아는 3년 후에나 첫 과실을 낸다. 마냥 기다리던 그들에게 닥친 것은 모진 태풍이나 한파가 아니었다. 그보다 폭발력이 월등한 ‘우루과이라운드’(관세무역 일반협정(GATT)의 새로운 다국간 무역협상을 이르는 말)였다.
33농가에게 선택의 기회가 다가왔다. 당시 한·칠레협정은 정부가 일부 과실에 폐원보상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그리고 총대는 복숭아와 시설포도로 향했다. ‘칠레농산물이 들어오면 복숭아는 더이상 경쟁력이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고령농가의 시름이 깊어졌다. 결국 20여 농가가 두 손을 들었다. 폐원보상비라도 줄 때 끝내자는 생각이 강했다.
조생종복숭아는 벌써 출하되고 있지만, 아직 중·만생종은 한창 봉지 속에서 자라고 있다.(8월중순부터 수확이 가능한 북면의 중·만생종복숭아)
천안복숭아 맥 ‘북면10개농가 주축’
‘지금껏 노력을 허사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은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오기를 부렸지만, 다행히 우루과이라운드 영향은 없던 일처럼 수그러졌다.
사람들은 ‘하지 말라는 일은 더 한다’고 했나. 농민들의 입장에서 정부정책을 따라 실패만 거듭해온 불신이 복숭아 재배에도 나타났다. 하지 말라고 권고한 복숭아 재배자가 전국에 더 많이 생긴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만 심화되고 말았다.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현재 천안 관내 복숭아 농가는 모두 39농가. 이들이 내는 면적은 22㏊에 이른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했던 북면은 특산지로의 기대는 간 곳 없이 10개농가만 남아있다.
천안은 모두 39농가, 22㏊의 재배면적을 갖고 있지만 북면 10농가를 비롯해 풍세면 5농가 외 산발적으로 퍼져있다. 39농가에는 시설하우스로 재미를 보고 있는 4개 농가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복숭아 맛’.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농가소득이나 재배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것. 지금 형편으로는 ‘근근이’ 이어간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복숭아농사의 열악함에 대해 농업기술센터 박문균 포도팀장은 ‘고령화’와 ‘기술적’인 면, 거기에 ‘유명세’를 들었다. 복숭아 재배는 손이 많이 가는 과수다. 특히 수확할 때면 사과나 배같이 일시수확해 저장하는 방식이 아닌, 두세달에 걸쳐 끊임없이 따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복숭아 털도 껄끄럽고, 무른 것도 있어 자칫 힘주었다가는 상품가치를 잃고 만다.
복숭아 재배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전병국(북면 명덕리·48) 이장은 “부부가 1000평을 재배하면 그런대로 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배면적을 키웠다가는 수확기에 일꾼을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인건비도 비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유명세를 말하는데 천안 하면 ‘거봉포도’를 떠올리듯 복숭아 하면 ‘조치원복숭아’를 생각한다. 즉 조치원복숭아는 유명세로 좋은 가격에 잘 팔리는데 그렇지 않은 곳은 어렵다는 것.
북면복숭아주산지 성패 ‘아직 진행중’
천안 북면을 복숭아 주산지로 삼기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점은 ‘농가소득’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는데 있다. 현재 복숭아 농가마다 다르겠지만, 지난해의 경우 4.5㎏들이 복숭아상자가 천안공판장에서 4500원~7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참고로 당시 직거래했던 농가가 2만원에 거래했다고 하니 천양지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먼저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아 복숭아 맛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젊은 농민들의 의욕이 필요하지만, 고령자 농민이라도 맛을 높이기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숭아 농가들의 품질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나서 모니터링하고 시행정이 관련 세미나나 교육을 통해 개선해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둘째 품질이 보증된다면 직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미 직거래로 2000박스 물량 전체를 소화하는 전병국(북면 명덕리) 이장은 “지난해는 90% 이상이 관내 주민들이 사드셨고, 오히려 물량이 부족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농가를 소개하기에는 품질문제가 걸렸다”고 귀띔이다. 아파트부녀회 등을 통해서 직거래방식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고, 한 몫 톡톡히 해내고 있는 1사1촌 자매결연도 확대필요성이 제기됐다.
북면이 복숭아주산지가 되기 위해선 관련 농가들의 열정과, 시민과 시행정 등의 지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현재 독립기념관 주변길로 북면복숭아의 가판대는 보이지 않고, 대신 조치원복숭아 가판대만 운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