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향토사가가 아닙니다” 하면서도 천안향토사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윤종일씨. 스스로도 ‘위례문화원’이라는 이름을 내고 원장에 앉았다.
향토사를 공부하는 것이 그렇게 좋을까. 겉으로는 까탈스럽게 ‘난 일반인이요’ 하지만 최근 세계대백제전 조직위가 실사를 나오자 열 일 마다하고 안내자로 나섰다.
“김성열 소장은 무슨 일만 있으면 날 불러요.” 불만같긴 한데 웃는 낯이다.
천안의 ‘진산(鎭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의가 높다. 결국 2009년 2월 ‘천안의 진산 왕자산’이라는 이름의 책을 냈다. “태조산이 크다 보는데 실제는 태조봉이요, 천안의 으뜸은 왕자산이란 말입니다. 진산이란 말이죠.”
그동안 왕자산의 정확한 위치를 두고 천안향토사계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유량동 향교 뒷산이라는 이도 있고, 그보다 한참 뒤라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잘 몰라서 그런 겁니다. 고기록과 고지도에 분명히 표시되었건만 정확한 지점은 몰랐지요.”
발품을 팔길 수백번, 자료도 이 잡듯 뒤져 결국 왕자산의 위치를 알아냈다. 직산에서 바라보는 왕자산은 정확히 ‘임금왕’자 산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2008년 11월23일자로 왕자산(341.6m)의 표지석을 지인들과 세웠다. 학계나 지역향토사계 등에서 인정해준 건 아니지만, 언제든 마음 열고 왕자산을 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나설 사람 있으면 토론하자 해요. 누구도 반박할 순 없을 겁니다” 한다.
백제초도 직산 위례설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백제의 첫도읍지 온조대왕의 하남위례성 수도가 바로 천안 직산지역입니다. 삼국유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직시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류사학계는 풍납토성~몽촌토성을 백제초도 위례성이라 주장합니다.”
최근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천안시 북면에서 입장면 호당리에 이르는 위례산성의 고고학적 발굴이 진행되면서 지난 5월 ‘타날문토기’가 발견된 것이다.
“타날문토기는 백제초기 위례성 시기인 초기철기시대의 대표적 토기입니다. 인근 진천지역에서도 백제초기 가마터에서 타날문토기가 수습돼 백제초도와 무관치 않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날문토기 또한 기원전에서 3C까지로, 흔적이 넓다보니 명확한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