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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꽃, 석잠풀

등록일 2010년07월0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종희(50)씨는 천안 바위솔야생화동우회(회장 이현복)의 고문이자, 신방동 들녘에서 야생화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야생화 마니아다. 야생화의 대중화보급에 앞장선지 10여 년. 그의 식물원에는 야생화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의: ☎011-9821-4293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야외에 나가 산과 들을 거닐다 보면 개망초가 온 들판을 뒤덮겠다는 기세로 하얗게 깔려있고 그 사이에 분홍색의 메꽃이 나팔이라도 부는 양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또 메꽃을 조각내어 던져놓은 듯이 작고 예쁜 꽃들이 모여사는 게 보인다. 바로 석잠풀 꽃이다.

식물의 모양이나 꽃을 보면서 석잠풀이라는 이름이 영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양잠을 많이 하던 옛날에 누에가 세번째 잠, 즉 석잠을 자는 시기에 피는 꽃이라 하여 석잠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짙은 보라색 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땅속에서는 하얀 뿌리가 옆으로 길게 뻗으며 번식을 하고, 키는 30~60cm 크기로 곧게 서서 자라는데 마치 그 크고 억센 개망초 사이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기라도 하다는 듯이 뻗대고 있는 모습이다.

6~9월에 피는 연분홍색 꽃은 가지와 줄기 윗부분의 마디마디에 서로가 손이라도 잡은 것처럼 돌려서 핀다. 네모진 줄기의 모서리와 잎 뒷면의 주맥에 털이 있는 것은 개석잠풀이고, 전체에 털이 많은 것은 털석잠풀이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것을 초석잠이라는 약재로 쓴다. 미열이 있고 소변을 잘 못 보며 붓는 증세에 효과가 있는 청열, 화담, 항균, 소종의 효능이 있어 풍열해수, 인후종통, 백일해, 이질, 대장포진 치료에 사용한다. 외상에도 짓찧어 낸 즙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 어린순은 식용을 하기도 하고 꿀이 많아 양봉의 밀원으로도 좋다.

정원에 심어도 튼튼하게 잘 자라며 예쁜 꽃을 피우는데 건조한 곳 보다는 습지를 좋아한다.

배암배추, 뱀배추, 민석잠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 역시 낯설다. 뱀이란 표현은 젖혀두고라도, 배추를 닮은 부분은 조금도 없으니 말이다. 더욱 생뚱맞은 것은 ‘설원의 여인’이라는 꽃말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설원의 여인이라는 분위기와는 연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렇게 생뚱맞은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개망초 같은 외래 식물에게 자신이 서있는 땅만은 뺏기지 않겠다고 맞서 싸우며 우리의 산야를 당당하게 지키는, 소박하면서도 예쁜 꽃이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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