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판페스티발 2010’이 11일(금)~13일(일) 명동거리 일원에서 열렸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은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접고 이웃들과 흥겹게 어깨도 부딪치며 예술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고 인사했다.
처음 5월에 열리려던 것이 늦춰지면서 발생한 ‘머피의 법칙.’ 천안함 사건으로 연기되자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발목을 잡았고, 지난해 판페스티발을 망쳤던 비가 하필 이번에도 행사 내내 비를 뿌렸다. 판페스티발의 비는 2008년에도 내리면서 3년 연속 악연을 맺었다.
첫 개막식은 11일(금) 천안역 광장에서 열었다. 오후 7시30분 유태평양의 타악팀과 성악가 임웅균이 개막공연을 알렸고, 8시부터는 ‘제1회 천안삼거리 전국능수가요제’가 진행됐다. 능수가요제에는 SG워너비를 비롯해 소명, 이진아, 김나윤, 김민주가 함께 했다.
예년과 같이 관객은 적었지만, ‘럭키 세븐’인 7회째가 돼서야 예술제의 정체성과 취지에 한발 다가선 느낌이다. 프로그램이나 거리 곳곳에 신선한 창의예술이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메인은 ‘판 거리무대’
올해 천안 판페스티발을 주도한 것은 ‘판 거리무대’였다. 판 거리무대는 12일(토) 오후 1시부터 6시30분까지 1·2·3무대가 펼쳐졌고, 13일(일)에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4무대, 4시30분부터 6시까지 5무대가 오렌지씨네스타 메인무대를 차지했다.
판 거리무대는 예전의 판프린지가 변형된 형태라고 보면 맞다. 원래 판프린지는 음악이 대부분인 음악협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름을 바꾼 ‘판 거리무대’는 무용과 마임, 음악, 미술·시낭송 퍼포먼스, 차무예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수용했다. 물론 음악이 그 중심에 섰음은 무대에서 음악이 가진 폭이 가장 넓기 때문이다.
판 거리무대가 천안예술제의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새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8개 협회가 거리무대의 한 파트를 맡을 수 있어야 할 듯. 아직은 협회 차원의 중심이 아닌, 개인팀들이 장르의 대표성을 나타내고 있는 형편이다.
문인협회 ‘공공예술프로젝트 실시’
천안문인협회(회장 신군자)는 ‘시(詩)가 있는 명동거리’를 시도했다.
시화지도를 작성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를 숨겨야 했다. 전봇대나 담벽, 환풍기, 또는 상가 유리문에 예쁜 그림과 함께 시가 붙었다. 시(詩)는 천안문인협회 작가들이 나섰지만, 화(畵)는 공공미술팀(권신홍·권용한·정 송·김선정·하민수·신혜연·강연서·조용철·이은지)이 맡았다.
‘봄이라지만 시퍼렇게 찬 개울 물가’라는 시에서도, ‘지난날 보았던 목련꽃도 그립습니다’란 작품에서도 작가가 사는 천안 주변의 소재를 찾았겠다 싶다. 노골적으로 ‘봉서산’이란 제목을 내놓고 ‘나란히 발을 맞춘 어미노루 아기노루’라 표현하기도 했다.
예술이 거리와 소통한다는 것, 예술이 사람과 교통한다는 것은 이렇듯 흔한 전봇대나 쓰레기통 표면에도 시 한 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하는 일. 문인협회가 올해 큰 일을 했다.
연극협회 ‘날 보러와요’ 객석 채워
천안연극협회(회장 채필병)가 ‘날 보러와요’란 극을 무대에 올렸다. 언뜻 연인들의 사랑이 주제가 아닐까 싶지만, 실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극화한 ‘살인의 추억’이 원제다.
리얼리티, 미묘한 본질 탐구, 긍정과 부정의 매듭, 관객은 결국 진실과 거짓의 양면성과 마주서면서 진실이란 무엇이며 존재하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한편 사건의 잔혹성과 선정성을 입담있는 형사와 미스김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해프닝으로 추리극 고유의 공포를 그 특유의 웃음으로 적절히 승화시키며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연극협회가 준비한 판페스티발은 ‘날 보러와요’를 4회 창작초연, 대학로극장 160석 대부분을 채웠다. 지난해 앞 서너줄, 그것도 관계자를 포함한 관객의 저조한 호응을 얻은 것과는 상당히 구분되는 성적이다.
연극을 접한 한 주부는 “오랜만에 참 재밌게 봤다”며 “주변 친구들에게도 볼 것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날 보러와요’에는 김우철 역에 채필병이 맡았으며 김반장(남태희), 미스김(석애영), 박기자(임진숙), 이영철(나호원) 등이 나섰다.
<김학수 기자>
‘관객은 저조, 취지는 성장중’
개최7년차의 신선한 변화… 내년엔 날까
천안함, 지방선거, 월드컵에 이어 비까지 내린 판페스티발 현장. 겹악재가 끼었다지만 ‘관객’이 없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악재가 없었다면 관객을 볼 수 있었을까.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거리로 나섰지만, 시민 속으로 끌고 갔지만 외면에 대한 고민은 계속 돼야 한다.
그래도 올해는 가능성을 보였다. 판 거리무대를 전 장르로 넓혀 예술제의 종합적 성격을 공유했다. 장르를 책임지는 각 협회의 열정과 그로 인한 보완이 새 길을 환희 열어줄 것이다.
깃발전에 만족했던 문인협회가 명동거리 곳곳을 캔버스로 삼고 예술을 묻혀놓은 것은 칭찬할 만하다. 작품내용과 향토적 소재로 인한 정겨움만 좀 더 제공한다면 소통이 먼 것도 아닐 듯. 소통이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고 보면 문인협회가 한발 다가선 모양이다.
연극협회는 소재의 지역친밀성은 떨어지지만, 재미라는 대중성을 확보한 것은 좀 더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으로, 실제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사진작가협회는 기존의 전시형태를 바꿔 더욱 시민에게 다가설 채비를 차렸다.
아쉬움이라면 사전기획을 통해 비협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예술이 가진 창의적 속성을 더욱 발전시켜 꺼내놓아야 하는 전략적 기술에 부족한 감이 있다는 것. 코스프레나 페이스페인팅, 선비문화체험 등도 한발 더 지역사회와 연관된 쪽으로 체계적인 사전기획이 필요하다. ‘있어서 채운다’는 식의 단순개념보단 ‘채울 것이 진정 무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유익하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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