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이 불법선거운동이나 비리 등으로 당선무효되거나 사직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할 경우 해당 단체장에게 재·보선 비용의 일부를 부담케 하는 ‘원인제공자 부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이같은 내용의 제도도입 방침을 밝히자, 천안아산경실련이 23일 이를 반기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2008년부터 재․보궐선거비용 환수운동을 통해 주장해온 천안아산경실련은 ‘6·2 선거운동을 앞두고 부정선거의 경고차원을 넘어 이후 각종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일환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환영했다.
천안아산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4년간 전국 35곳에서 자치단체장의 불법과 비리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그 선거를 위해 쓰인 주민혈세는 186억원으로, 간접비용까지 따지면 지역주민에게는 그 몇 배의 피해를 끼쳤다.
지금까지는 자치단체장의 비리가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만 받을 뿐, 재선거 비용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 ‘선거범죄-당선무효-재선거’라는 악선례는 명백한 원인제공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오히려 주민에게 부담시키는 모순을 반복해 왔다는 점을 꼬입고,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리단체장에 대한 강력처벌과 재보선 비용부담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 뿐만 아니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까지 포함해 치러진 전체 재․보궐선거는 모두 200건이 넘으며, 소요된 선거비용만 해도 500억원이 넘는다.
천안의 경우 2008년 두 시의원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진 바 있으며, 오는 7월에는 박상돈 의원의 사퇴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천안아산경실련은 ‘따라서 재․보궐선거 원인제공자 부담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뿐 아니라 반드시 다른 모든 선출직 선거까지 확대해야만 형평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한발 더 나아가 ‘재․보궐선거는 원인제공자만의 문제가 아닌, 잘못된 후보를 공천한 정당에도 연대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유권자는 소속정당의 공천을 신뢰하고 투표하는 경우도 많다. 후보자를 검증하고 자기 정당의 이름으로 공천한 정당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따라서 재·보궐선거 원인제공자의 소속정당은 해당 선거에 후보자 공천을 못하게 한다든지, 최소한 정당보조금이라도 삭감하는 등 정당의 책임분담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