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멜라민 파동 이후 도다시 건빵 팽창제로 쓰이는 중국산 탄산수소암모늄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동네슈퍼는 물론 대형마트에도 안심하고 살만한 식품이 없다고 하는 때에 믿고 먹을 수 있는 천안우리밀을 오픈하게 돼 기쁩니다.”
이종민(50) 천안우리밀 대표를 28일(수) 만났다.
“우리밀에서 만들어내는 먹을거리는 무조건 우리가 생산해내는 지역농산물입니다. 호두나 버섯, 팥, 계란, 우리밀, 보리가 우리밀조합원들이 직접 재배하는 것들이죠.”
실제 계란은 천안호중농장의 무항생제 계란을, 표고버섯은 천안표고영농조합법인에서 구입했다. 이 대표가 직접 재배하는 광덕호두는 지난해 9월 8톤을 구매했고, 천안팥도 3톤을 사들였다. 우리밀 관내 재배면적은 30㏊에 이르고 있다.
두 팔을 걷어붙인 이 대표 얼굴에서 자신감이 가득차 있다. “이미 싸움은 시작됐습니다.”
이 대표는 ‘죽어도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란다. 해마다 벼수확기가 되면 전국 농민들은 서울로 상경시위에 나섰는데, 3년 전엔가 이 대표도 올라가는 차편에서 자신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쌀값좀 더 쳐달라고 하기엔 스스로도 문제가 있음을 의식한 것이다. “우리 근본적으로 돈 되는 사업 좀 하자”는 외침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달됐다.
호두과자업체나 제과점 등을 다니며 우리 지역농산물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여러 이유를 대며 회피했다. 특히 원가가 비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우리가 직접 가공공장을 운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죠. 목적은 하납니다. ‘우리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 단 한가지 뿐이었죠.”
17명을 조합원으로 영농법인을 꾸렸다. 그중 7명의 이사들은 천안에서 농사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 “우린 벌 만큼 벌었고, 농사로 다 성공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입니다. 20대, 30대, 40대로 넘어가면서 철이 난 사람들이에요. 바랄 것은 우리 생산물이 직접 가공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 그래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절대 돈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렇게 시작한 천안우리밀은 공장설비와 먹을거리 연구비 등으로 그간 3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7명의 이사들이 5000만원씩 내놓았고, 그동안 연구비로 대부분 소모됐다.
“우리밀이 수입산밀과 달라요. 수입산밀을 원료로 한 빵은 일주일이 지나도 멀쩡한데, 우리밀은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지고 상해버렸죠. 삼립식품에서 오래 근무한 분을 모셔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젠 3일 정도는 버티게 됐습니다. 물론 방부제나 첨가제 등은 일절 없구요. 오로지 웰빙식품으로 부를 만한 건강식품이죠.”
지난해 3~4개월 잠깐 가동한 적이 있었지만 경제논리를 앞세운 운영기술자와 ‘농민(농업)이 희망’이라는 조합원들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결국 식품엑스포를 끝으로 1막을 내렸다.
“이제 연구개발은 판매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이제 제대로 판매망을 확보하고 우리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알린다면 해볼 만한 일입니다.”
일부 조합원은 ‘그러다 안되면 어찌하느냐’고 우려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몇몇은 입을 앙다문다. “제가 그랬죠. 죽기살기로 가야한다. 못팔면 우리라도 먹자. 우린 농사로 성공한 사람들이고, 실패한 적 없지 않냐. 죽어도 하자.”
이들의 순수열정에 천안시와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여러모로 돕고 지원하고 있다. 경영자금이 부족하다고 손 벌릴 생각도 없다. 보조금이나 얻자고, 경영자금이나 빼내자고 시작한 게 아니므로,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스스로 해보자는 것이다. 주변에선 ‘미련한 놈들’이란 소리도 듣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성실히 해볼 생각이다.
“한가지, 도심에 상설판매장을 갖출 수 있도록 시가 약간의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구입회원도 모집하고 아파트 배달시스템도 갖출 생각입니다. 학교나 학원쪽도 뚫어보고, 여건만 되면 우리밀축제도 벌여볼까 합니다. 시민이 도와주셔야 가능한 일입니다.”
문의: 010-5435-2148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