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향 그윽한 정겨운 곳에 하얀 융단을 예쁘게 뭉쳐 놓은 듯, 하늘의 별들이 무수히 쏟아져 내린 듯, 봄바람 불면 작고 하얀 나비떼가 춤을 추듯, 수줍은 꽃잎을 살랑거린다.>
두서없기는 하지만 언젠가 밭둑에서 마주친 조팝나무 꽃을 보며 메모를 해놓았던 글이다.
주위에서 흔히 싸리꽃이라고 부르는 조팝나무는 싸리와는 거리가 좀 멀다. 튀긴 좁쌀을 다닥다닥 붙여놓은 것 같아서, 혹은 좁쌀을 살짝 넣고 지은 하얀 쌀밥 같아서 ‘조밥나무’라 부르다가 조팝나무가 되었다고 하는데 후자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튀긴 좁쌀이 어쩌고 하는 것은 조금은 억지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평생 백 군데가 넘게 기운 누더기 옷을 입고 오직 거문고를 벗하며 살았다는 신라의 백결 선생이 배고픈 아내를 위해 지은 방아노래를 연주했다는 때가 이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핀 요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꽃이 피면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여 ‘설유화’라고도 부른다. 어쩌면 하얀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5월의 신부같은 꽃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당조팝나무, 산조팝나무, 꼬리조팝나무 등등 20여종이 있다.
어린 잎은 식용으로 먹고 뿌리와 줄기는 약용으로 쓰이는데, 특히 뿌리엔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어 치열제, 말라리아 치료제, 토담증 치료에 쓴다.
이른 봄 논둑이나 밭둑, 산비탈 같은 정겨운 곳에 피어 달콤한 향을 은은하게 뿌리며 한창 농사일을 시작하는 농부들에게 힘을 내라는 뜻인지 꽃말이 ‘노력’이다.
여러분도 당장 가까운 야외로 나가보시라. 군데군데에 모여앉아 시리도록 하얗고 가녀린 몸을 흔들며 예쁘게 손짓을 하는 조팝나무 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