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 나그네/
먼 길에 목 탄다 한 걸음 쉬어가자/ 파전에 동동주라/
말 먹이도 듬뿍 줘라/ 참새 그네 타는 버들 아래/
옹달샘 흐르누나! 풍광 한번 좋다…’
집 앞마당에서
‘천안삼거리’란 제목의 시집이 나왔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다.
시쳇말로 ‘천안사람이 천안삼거리 모르면 간첩’이라는데 삼거리 관련한 시집 하나 나오는데 숱한 세월이 갔다.
시집을 낸 이는 다원(茶園) 김희한 시인이다. 97년 ‘세기문학’으로 시 문단에 들어선 후 두 번째 시집으로, 모두 40편의 삼거리 관련 시를 쏟아냈다.
최근 삼거리공원은 그에게 좋은 놀이터였다. 비가 오면 가고, 푸르른 봄날 철쭉이 활짝 피면 가고, 여름 한낮 퇴약볕에 숨이 차올라도 허덕허덕 갔다. 글쓰기가 고통스럽다고들 하는데, 과정속의 행복과 견줄까.
2년이 금방 지나갔고, 그 앞에는 그의 호를 딴 김다원 시집 ‘천안삼거리’가 온전히 놓여졌다.
“40편에 삼거리공원과 관련한 사랑과 역사, 삶을 오롯이 담아내려 애썼어요.”
‘꽃시계’도 그의 감성을 자극한 수작이다.
‘어린 날 아버진/ 산 넘고 물 건너 오밤중에 오셨다/
…/
긴긴 날들 바깥 생활하시다/
바람처럼 오셨다/
무거운 눈을 안고 천천히 움직이는/
삼거리꽃시계처럼/
시를 읽다보면 한희한 시인만큼 천안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의 시집 서문에 한자락 글이 눈에 띈다.
“30여년 동안 교사로 근무하면서 천안삼거리는 내 마음의 쉼터가 되었어요. 어느날 문득 내가 사랑하는 천안삼거리에 대하여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죠.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그것이 지역사회의 한 사람으로 시를 쓰는 사람들의 할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희한씨는 정년이 10년이나 남았음에도 ‘새로운 인생’을 위해 과감히 옷을 벗었다. 오전엔 영어공부를 하고, 오후엔 요가와 국학기공을 배운다.
“앞으로 시는 천안지역의 문화유산과 관련돼 쓰고싶고요, 외국여행객들에게 천안문화를 소개하는 일도 하고 싶어요. 수필도 쓸 거예요.”
욕심이 많은지 사진공부를 시작한지도 좀 됐다. 많이 기대되는 천안의 향토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