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전 장관의 요즘 마음은 사탕도 쓰다.
세종시 문제와 지역당을 내세우고 있는 자유선진당에 지난 3월3일 입당할 때만 해도 충남도지사가 손에 잡혔다. 류근찬 원내대표의 영입제안으로 들어온 몸으로, 도지사공천은 따놓은 당상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지지율이 높던 이완구 전 지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타 당이 내놓는 카드가 복지부장관을 역임한 자신에게 우월할까.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런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바로 옆에 있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 국회의원이자 자유선진당 충남도당위원장이 ‘도지사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경쟁자가 있다면 정정당당 경선으로 겨루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자유선진당에서 박상돈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압도적이다. 거기에 비하면 자신은 영입 두달째인 용병일 뿐.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 그대로 주저앉기에는 자존심과 억울함을 누를 길이 없다.
그런 이유로 이 전 장관은 경쟁상대뿐 아니라, 자유선진당 자체와도 대립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박 의원이 서류접수시간을 놓친 것은 좋은 문제거리가 됐다. 무효를 주장했다가, 재등록에 따른 흠집내기로 돌아섰다. 괘씸한 상대후보에게 아량을 베풀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공심위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자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 자유선진당이 다친다’고 엄포를 놓았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이미 공심위도 박 의원 편들기에 나섰다고 판단한 이상, ‘충남도지사’ 출마만을 염두에 둔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공심위의 후보자간 비공개토론만큼 못미더운 심사가 어디 있겠는가. 공개방송 토론을 요구한 것도 그같은 이유다.
박 의원의 충남도지사 출마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문제도 부각시키는 이 전 의원. 적을 앞에 두고 같은 편끼리 일도양단의 칼을 휘둘러야 하는 마음은 얼마나 쓰릴까.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