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려오는 전화를 받고있는 권오복 전 서북구청장
천안시장을 탐낸 구청장? 아니면 한나라당의 공천문제?
아니다. 헤프닝이 빚은 불행일 뿐.
13일(화) 오전 9시30분 한나라당 탈당계를 낸 권오복 전 서북구청장을 만났다. 성정동 롯데리아 인근빌딩 7층 널찍한 선거캠프는 온기가 없었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문을 닫아야만 하는 심정이 어떨까. 그는 담담하게 저간의 사정을 털어놨다.
권 전 구청장은 6·2지방선거를 위해 3월 초순 구청장직을 내놨다. 며칠 후인 10일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당원들은 ‘한나라당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가 노린 자리는 충남도의원 천안 제6선거구. 아직 1명뿐인 경쟁상대로, 내심 자신있었다. 입당 후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하루에도 수천번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3월15일경 ‘성무용 시장은 도지사, 권오복 전 구청장은 천안시장 출마’의 밑그림이 중앙당 차원에서 그려졌다. 성 시장도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 “충분히 시장경쟁력이 있다 판단했고, 중앙당에서도 뜻을 비추니 전 좋았죠.” 이후부터는 시장후보로 인사를 다녔다.
그런데 21일경쯤 성 시장이 시장선거 후보로 한나라당에 신청서를 접수한 사실을 알게 됐고, 다음날인 22일 그도 할 수 없이 도의원후보로 접수하게 됐다.
“그런데 그렇더라구요. 도의원후보 자리를 받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었지만,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정치에 미련이 없어지더라구요. 그런 일이 없었다면 도의원후보로 만족하고 나섰겠죠.”
권 전 구청장은 정치는 “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게다가 아내가 병환중이어서 가족들도 선거에 나서는 걸 말리는 입장.
갑자기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그냥 탈당하고 조용히 살려고 해요. 아유 죄송합니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권 전 구청장은 상대방에게 겸손하게 대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권 전 구청장은 서둘러 시내 모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동안 그를 도와줬던 사람들 몇에게 그간 발생했던 내용, 심경 등을 전하고 감사의 인사를 하려는 자리였다.
“다른 감정 없이 모든 게 좋게 끝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