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날마다 나무와 놀았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기도 하고, 왕관을 만들어 놀기도 했다. 열매도 따먹고 술래잡기도 했다. 소년은 집을 짓기 위해 가지를 잘라가고,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어 떠나기도 했다. 마침내 할아버지가 된 소년은 나무를 찾아와 그 밑동에 앉아 편히 쉬었다. ‘나무야 미안해’>
작가 쉘 실버스타인이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줄거리다.
나무는 인간에게 많은 좋은 것들을 준다. 산사태를 예방하고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주기도 한다. 동·식물들의 휴식처가 돼주며,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공기정화기 역할을 자임한다. 좋은 목재도 주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런 좋은 이점을 알고 있는 오종석(55) 천안시 산림조합장은 유독 ‘나무사랑’이 강하다. 지난해 명퇴하기까지 시청 산림과에서 30년간 녹을 먹은 오씨는 산림에 대한 박학한 지식과 경륜에 힘입어 산림조합장에 당선됐다.
직장에서도 나무와 씨름하고, 집에 가서는 편한 작업복 차림으로 그가 기르는 소나무를 보살피는 오 조합장은 그렇게 ‘송림농원’을 일구면서 나무전문가로 살고 있다.
산림조합장이 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이 있다면 바로 ‘나무시장’이다. 매년 한식일 전후로 한달 가량 여는 나무시장은 일반인들이 일년중 나무에 관심갖는 유일한 기간이기도 하다. 이 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무생산자는 더 많이 팔고, 시민들은 더 많이 살 수 있게 된다. 이를 조율하는 곳이 산림조합의 나무시장이다.
“매년 수십만 그루가 이 때에 거래돼요. 시민들이 한그루, 두그루 사가시는 나무들은 그네들의 정원이나 담벽 등에 심겨지죠. 도시를 푸르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닙니다. 한 사람이 한 그루씩 심으면 55만 그루가 심겨지는 거에요.”
오 조합장이 나무시장을 맡으면서 큰 투자를 시작했다.
그동안 부지가 없어 산림조합 100평의 비좁은 도로공간에서 아등바등 나무시장을 열었지만, 올해는 유량동 398번지 일대 2000여 평 부지를 새로 마련했다. 부지가 넓으니 나무묘목도 몇 배 더 깔렸다. 사람들이 찾기도 쉽고 주차하기도 편하다. 특히 필요한 나무, 좋은 나무를 고르고 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됐다.
“여기 보세요. 나무들 때깔이 참 좋죠. 3000명 넘는 조합원들이 각자 생산지에서 캐온 묘목들이에요. 시중가보다 많게는 3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경쟁력을 갖췄죠.”
오 조합장은 나무시장이 끝나도 ‘365일 나무시장’을 열 계획이다. 현 부지에 연중 상설매장을 두고, 나무가 필요한 시민들과 조합원들이 미리 예약을 하면 언제든지 나무를 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산림조합이 하는 일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도 나무시장을 활성화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로, 공급과 수요가 이뤄지는 나무시장은 녹색도시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