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분 원유전통문화연구원장
차와 함께 20년 “이젠 차전수관이 꿈이에요”
제자양성만 수천명, 천안에서 차와 전통예절 대중화에 선도
고산 윤선도의 후손인 행원 윤경혁 선생은 전재분(원유전통문화연구원) 원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분이 저의 호를 ‘원유(原喩)’라 지어주셨는데, 이는 근본을 알고 깨달으라는 말씀이셨죠.” 윤 선생은 열심히 임하는 제자에게 “너는 다스릴 줄도 알고 배풀 줄도 아니 항시 원유에 담긴 뜻을 되새기고 실천하라”고 했다.
원유란 호를 갖고 살아온지 20년. 그동안 수천명의 제자와 지부를 내고, 차의 대중화에 노력해온 전재분 원장. 항시 넉넉히 배풀 줄 아는 덕에 재물은 비었으나, 인정을 두루 얻어 평안함을 누리는 호사를 받고 있다.
이번 2층 원유관(교육장)도 일반 대중에게 활짝 열어 가치있게 쓰고자 하는 그의 내심이 엿보인다.
▷다분히 현대적인 감각을 갖고 계신 걸로 아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도를 옛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복을 입어야 하고, 앉아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또한 다도를 하는 이들도 그같은 진부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20년을 생활하다보니 생각이 많이 달라져 버립니다. ‘시대에 맞게’ 사는 맛도 필요한 법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만든 것이 서서 하는 차나 ‘차와 댄스’의 어우러짐, ‘원유보다례’라 해서 짙게 간 농차나 갈아 만든 뇌차, 연을 이용한 연차 등 8가지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티아트’라 해서 차 외에 녹차, 떡차, 황차 등 여러차를 한 상에 올려 보고 느끼고 비교할 수 있는 차 모음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특히 ‘명상무인다례’라 해서 일반 다례와는 다른 재미와 깊이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차’ 하면 천안 역사의 산 증인이시기도 하다는데요.
-87년경 시작했으니, 벌써 24년째가 돼가네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2년 정도 배운 상태에서 89년도엔가 천안에서 최초로 6명을 가르치는 차교육자가 됐죠. 설핏설핏 배운 실력이라,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죠. 당시는 다도하는 사람이 저 밖에 없었고, 몇몇이 오가는 사람 접대하는 동아리 개념 정도의 차문화를 갖고 있었던 곳이에요. 열정 하나로 뛰어다닌 덕에 92년에는 고건국무총리상을 비롯해 ‘상을 휩쓸다시피’ 했죠.
▷차를 접하게 된 동기가 뭔가요.
-꽃꽂이 때문이었습니다. ‘일격일품(一格一品)’이 바로 꽃꽂이와 차를 말하는데, 꽃꽂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로 눈길이 가더라구요.
▷천안에서 반평생을 차와 함께 보냈는데, 앞으로의 소망이라면.
-‘차 전수관’을 갖고 싶어요. 차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곳 말이에요. 지금 형편은 제 건물(성정동 성정초등학교 정문 앞) 1·2층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건 앞으로 이룰 꿈이지요. 차와 함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그간 골동품도 50여 점 사서 소장하고 있어요.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그 시대에 서서 생활상을 고스란히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제자들을 잘 키우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하나의 소망이 있지만, 그건 다음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사재를 털어 이만큼 차문화보급에 앞장서셨는데, 언젠가는 대물림 하여야겠네요.
-아닙니다. 3남매를 키웠지만, 차에 대한 식견이 크더라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은 0.01%도 없습니다. 그런 걸 인정하고, 남편도 지난해 이곳(3층건물)의 명의를 제 앞으로 했습니다. 원유전통문화연구원의 취지를 살리고 발전시킬 사람(들)에게 욕심없이 넘겨줄 겁니다.
▷원유 전통문화연구원(다림헌)이 하는 일은 어떤 것들입니까.
-다도를 비롯해 전통예절(관·혼·상·제)을 가르치죠. 큰 의미로는 다례·다예·다도라고도 합니다. 알기쉽게 이야기하면 ‘사람이 평생 살아가며 배워야 할 것(예절)들을 가르치는 곳’이라면 이해가 될까요.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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