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50)씨는 천안 바위솔야생화동우회(회장 이현복)의 고문이자, 신방동 들녘에서 야생화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야생화 마니아다. 야생화의 대중화보급에 앞장선지 10여 년. 그의 식물원에는 야생화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011-9821-4293
아직도 삭풍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휘감으며 차갑게 뺨을 스쳐지나가는 산행을 하다 보면 군데군데 남아있는 잔설 사이로 노란 황금색 얼굴을 삐죽이 내밀고 환하게 웃는 꽃이 있다. 복수초다.
그 황금색이 기나긴 겨울동안 부지런히 나뭇짐을 지어나르다가 지친 산골사람들에게 산속에 떨어진 금화로 보였는지 그야말로 복을 받는 풀인 복수초…. 그 빛이 너무나 찬란해서인지 축금잔화, 또는 눈 속에 피는 연꽃이라 하여 설연화, 설날에 핀다고 원일초,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을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눈생이 꽃 등등.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나리아재비 과에 다년생인데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미나리아재비라고 하듯이 식물이름이나 분류상 아재비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데 그 뜻을 요즘말로 쉽게 하면 ‘짝퉁’이라는 뜻이다.
봄을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피는 복수초는 다른 식물들이 한창 신록을 뽐내려는 여름이 되기 전에 휴면에 들어가며 우리 눈에서 사라진다. 그러다보니 모르는 사람은 죽었다고 생각을 하여 화분에 심었던 것을 버리든지 한쪽에 치워버리고 물을 주지 않아 정말 말라죽게 만들기도 한다.
휴면에 들어가 보이지 않아도 뿌리는 살아있으니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다음해도 또 일찍 꽃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기본적인 생태를 모르고 키우기에 야생화는 키우기가 힘들다고도 한다.
내가 예뻐서 가져다가 기르는 야생화라면 기본적인 생태쯤은 알고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야생화는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철따라 예쁜 꽃으로 보답을 해주니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꽃을 보면서도 동서양 사람들의 느낌이 달랐다는 것이다. 복수초의 꽃말이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인데 서양에서는 그 예쁜 꽃을 보며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는지 ‘슬픈 추억’이니 말이다.
여러분도 주말엔 가까운 광덕산 산행이라도 해보시라. 정말 귀한 금화라도 줍듯이 복수초를 볼 수도 있으니….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