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안전한 놀이터’는 어디에 있을까?
푸른천안21실천협의회가 그 답을 찾아 나섰다. 지난 2009년 6월 백석대학교 유아교육과와 공동으로 관내 놀이터 87개소에 대한 실태조사도 벌였다.
지난 1월29일(금)에는 두정동에 위치한 협의회 사무실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백석대학교 이상욱 교수와 (사)한국생활안전연합 윤선화 공동대표가 발제에 나섰고, 이윤행(천안시 공원산림과)·정윤정(한국생활안전연합 정책개발국장)·유혜정(천안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강윤정(KYC사무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상욱 교수가 천안 관내 놀이터 실태조사한 내용을 가지고 발제에 나섰다.
놀이터 안전관리시스템 구축해야
‘천안의 모든 놀이터가 불법?’
현재 어린이 놀이터는 2008년 1월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안전관리법은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놀이시설에 대해 4년 내에 설치검사를 받아도 되며, 설치검사를 받은 때부터 법 적용을 받도록 돼있다.
윤선화 (사)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
윤선화 (사)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천안 관내 모든 놀이터가 2012년까지 법규정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시의 한 개 공원을 바꾸는데 2억원이 들었다며, 이를 모든 공원에 적용하면 소요비용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커질 것임을 밝혔다.
한국생활안전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6만2350여 개 어린이 놀이시설 중 99% 이상이 설치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시행 이전에 설치된 놀이시설에 대해 법은 2012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곧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다급히 처리해야 될 것임을 예측했다.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2012년 신청과 검사가 몰릴 것은 당연. 하지만 지정된 안전검사기관은 단 2곳 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검사기관의 인증을 지자체와 관련부처로 이관하려는 법령입안이 마련되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이 설치검사를 미루다 보니 아이들은 안전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돼 버렸다. 아이들의 신체, 정서, 창의력 발달을 위해 필수적인 어린이놀이터가 온갖 위험요소들로 위협받고 있는 것.
놀이터는 반드시 모래나 고무 등 충격 흡수재료로 바닥을 깔아야 하며, 안전검사기관으로부터 놀이시설의 간격, 바닥재의 충격흡수력, 모래의 유해중금속 함유 여부 등에 대한 검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기생충 알 등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도록 애완동물의 출입을 막을 조경시설이나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관리주체는 월 1회 이상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손해배상보험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해 상시적인 안전관리와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 놀이기구의 정의는 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어린이 놀이기구는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놀이에 이용하는 것…’을 말하지만 윤선화 공동대표는 “적어도 초등학생까지는 규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공동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놀이터 관리주체나 전문감독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비영리단체, 기관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는 점도 ‘부러움’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어린이 놀이시설 관리법이 유럽의 EN과 미국의 ASTM 기준을 모델로 한 것과 관련해선, “우리에게 맞는 관리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도 서울 노원구나 성동구가 자체조례를 제정하고 있지만 포괄적 의지를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어린이의 인지, 정서, 창의성, 신체적 발달은 물론 우리사회 환경에 맞는 관리기준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내 실태조사 ‘낙제점’
‘사회의 여러 책임 중 하나는 어린이가 놀 수 있는 권리를 회복시켜 주는 일이다. 어린이가 자유롭고 안전하고 풍요롭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욱 백석대학교(유아교육과) 교수는 그같은 관점에서 천안시 실외 놀이시설 상태를 조사했다.
이 교수는 놀이터에 대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 이상의 중요하고도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1997년부터 기회가 있는 대로 ‘삼터설(어린이의 삶터·쉼터·배움터)’을 주장해 오고 있다.
이 교수는 놀이시설에 대해 갖춰야 할 조건을 들이댔다. ▷견고하고 안전해야 한다 ▷어린이의 연령과 발달수준에 적합해야 한다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미적이며 예술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 ▷복합적인 놀이기구와 시설물을 제공해야 한다 ▷실외놀이 특성과 자연환경에 알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백석대 유아교육과 학생들과 2009년 12월14일에서 1월22일까지 실태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단 천안시 공원 분포는 시민 접근성이 용이하고 이용이 편한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놀이터의 입구는 개방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인적이 드는 시간대나 야간에는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장소, 노숙자의 거주지 등으로 사용된 흔적이 있었고, 그같은 주민불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놀이터에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과 쓰레기통이 없는 것도 눈에 띄었다. 청소와 쓰레기 처리는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한 반면 가로등 시설은 매우 잘 돼 있었다. 주차시설은 따로 없지만 공원 주변을 이용해 주차는 가능한 편. 소수의 공원에 수도시설이 있고, 공원 내 경로당이 있는 놀이터를 제외하곤 화장실 시설이 거의 없었다.
모래는 대부분 거친 일반 모래를 사용하고 있었고 적절한 배수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의자는 등이 없는 의자와 등받이가 있는 의자가 골고루 배치돼 있는 편이었다. 놀이시설은 대부분 2~5종류가 설치돼 있었다. 75개 놀이터 중 15곳이 2종류의 놀이시설만 있어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라고 보기엔 부끄러운 시설이었다.
개량화한 지표분석 결과는 상당히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점수표의 숫자나 전체평가보다는 해당지역의 주민과 공무원이 관심과 개선에 공감하도록 놀이터 상황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뒀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놀이터실명제 실시 ▷이용자와 이용시간 제한관리 ▷설계나 보수시 이용자 의견수집과 반영 ▷어린이 보호구역 표시와 쓰레기통 설치 ▷도심속 다양한 놀이시설 확대 ▷놀이터 시설조사 평가의 주기화를 제안했다.
<김학수 기자>